인구 세계 2위(13억8000만명),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2019년 2조9355억달러)의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최악의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해 봉쇄에 나섰던 2분기 경제는 사상 최악으로 침체됐다. 봉쇄를 풀기 시작하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의 인도 수출도 34.5% 줄어

인도 통계청은 지난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3.9%로 떨어졌다고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분기 기준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 1분기의 1.7%가 이전 최저 기록이다.

농업을 제외한 모든 경제 활동이 뒷걸음질쳤다. 무역·호텔 등 서비스업 GDP는 47% 감소했다. 제조업이 39.3%, 건설업이 50.3% 쪼그라들었다.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 4월 '0'대를 기록하는 등 2분기에 84.8%나 급감했다.

인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6년 8.2%에서 2017년 7%, 2018년 6.1%, 지난해 5% 등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3.1%로 내려갔다가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6위 교역국인 인도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다. 7월까지 대(對)인도 수출액은 6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5%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인도는 대규모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금리를 인하했지만 실업률이 급등하고 기업 도산이 속출하는 등 경기는 급속하게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분야까지 포함하면 실제 경제 상황이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세다.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선 93.5%를 기록했으나 지난 7월 조사에선 78%로 떨어졌다.

제조업 비중 13.8%로 농업보다 낮아

인도는 지난 3월25일 코로나19 확산을 조기에 막기 위해 외출 금지와 이동 제한, 상점 폐쇄 등 강력한 봉쇄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수천만 명의 지방 출신 노동자들의 귀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실직자들이 인력 시장에 몰리면서 코로나19가 더욱 빠르게 퍼져나갔다.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일 현재 368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미국(621만여 명)과 브라질(391만여 명)에 이어 세계 3위다. 하지만 확산 속도는 가장 빠르다. 지난 30일에는 하루에 7만9457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숫자다. 31일에도 다소 줄긴 했지만 6만99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통제를 풀고 있다.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이달부터 코로나19 봉쇄 완화 4단계 지침을 적용했다. 수도 뉴델리는 7일부터 지하철 운행을 단계적으로 재개한다. 오는 21일부터는 문화·연예·스포츠·정치 행사도 마스크 착용과 간격 유지 등을 조건으로 허용한다.

인도 정부는 6월부터 쇼핑몰, 식당, 호텔, 종교 시설 등 문을 열었고, 8월부터는 봉쇄완화 3단계 지침을 발령해 오후 10시~오전 5시 야간 통행 금지 해제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바이러스학자인 샤히드 자밀은 타임스오브인디아에 "정부의 봉쇄 해제로 긴장이 풀린 사람들이 이제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의 지침을 잘 따르지 않는다"며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정부가 방역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미 하강 곡선을 그려온 경제를 빠르게 반등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저소득층 비중이 커 수요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인도의 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13.8%로 금융·부동산서비스업(29.8%)은 물론 농축어업(17.8%)보다도 작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인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은 1979년 -5.2% 이후 41년 만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