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여당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100번도 더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소신을 밝히자 보복성 공격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은 1일 SNS에 “홍 부총리가 이 지사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론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하며 ‘철이 없다’는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맞장구를 쳤다는데 참으로 경솔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며 “언행에 신중하기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 의원이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답했다. 이 지사의 말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1500조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홍 부총리는 국가의 곳간지기로서 할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이 홍 부총리에게 도를 넘은 인신공격까지 쏟아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SNS에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며 홍 부총리를 비꼬는 듯한 태도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재정 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홍 부총리를 향해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이던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홍 부총리가 주술에 빠진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 4기 수장의 커밍아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경제 이론적으로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문제는 없다”고 이 지사를 거들었다.

홍 부총리는 논란이 이어지자 “(이 지사가) 철이 없다는 것은 임 의원의 발언”이라면서 “‘그렇다’고 했던 것은 (재난지원금 수시 지급이) 책임 없는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여권 인사들의 홍 부총리 ‘집단 린치’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평소 본인의 소신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여권 인사들이 이런 식으로 부총리를 비판하면 ‘국고지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