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31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100’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 영상으로 참석해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이 31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100’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 영상으로 참석해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폭발, 그들의 첫 번째 빌보드 ‘핫 100’ 1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차트인 빌보드가 31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방탄소년단이 마침내 미국 최고 인기곡들이 격돌하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의 고지를 점령했다.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자 아시아 가수로는 1963년 일본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에 이어 두 번째다.

팝음악 인기 상징 지표 ‘핫 100’서 정상

‘핫 100’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을 집계하는 차트다. 주류 팝 음악의 인기 흐름을 보여주는 빌보드에서도 핵심적인 차트로 꼽힌다. 앨범 순위를 집계하는 ‘빌보드 200’과 빌보드의 양대 메인 차트로 꼽히지만 노래의 대중적 인기도를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핫 100’이다. ‘빌보드 200’은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로 집계하는 데 비해 ‘핫 100’은 음원의 스트리밍 실적과 판매량에 라디오 방송 횟수가 합쳐진다.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인기가 더해지는 것이다.

방대하고 열성적인 팬클럽 회원 ‘아미’를 거느린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에선 2018년부터 최근작 앨범 네 장을 연이어 1위에 올려놓았으나 ‘핫 100’에선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더뎠던 요인이다. ‘핫 100’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지난 2월 발매한 정규 4집 타이틀곡 ‘온(ON)’의 4위였다. 2012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왔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했지만 라디오 방송 횟수 등에 밀려 1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번엔 달랐다. 닐슨뮤직 집계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는 발매 첫주 동안 스트리밍 3390만 회, 음원 판매 30만 건을 기록했다.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가 26만5000건으로 2017년 9월 테일러 스위프트의 ‘룩 왓 유 메이드 미 두’ 이래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다이너마이트’는 발매 첫주에 원곡과 EDM(일렉트로닉 댄스뮤직)·어쿠스틱 리믹스 버전 음원이 나왔고, 바이닐(LP)과 카세트테이프 등 실물 음반으로도 판매됐다. 발매 첫주에 ‘핫 100’ 정상에 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역대 빌보드에서 발매 첫주에 ‘핫 100’ 1위로 진입한 곡은 총 42곡에 불과했다. 마이클 잭슨과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아델 등 대중음악계 전설들만 가능했던 성적이다.

영어 가사·대중성 강화로 라디오 방송 뚫어

방탄소년단에게 약점으로 작용했던 라디오 방송 횟수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 내 160여 개 라디오 방송국을 토대로 집계하는 ‘팝 송스 차트’에서 이번주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에 올랐다. 1160만 명의 청취 인구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됐다.

라디오 방송횟수가 급증한 이유는 영어로 쓰인 디스코 팝풍의 흥겨운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어 가사를 지켜온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에 처음으로 영어 가사를 도입했다. 영국 작곡가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가 공동으로 작사·작곡한 ‘다이너마이트’는 팝적인 정서가 짙다.

내용 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 방탄소년단이 앞서 ‘맵 오브 더 솔’ 시리즈 등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과 달리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영어 가사 중에는 “우리, 아침이 올 때까지 춤을 춰” “인생은 꿀처럼 달콤해” “디스코 파티, 난 좋아 준비됐어” 등 흥겨운 노랫말이 풍성하다. 슈가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디스코 팝 리듬에 행복과 자신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신나는 곡이라 어깨춤을 추실 것으로 믿는다”고 노래를 소개했다.

이 곡이 ‘세계 품질과 흐름의 동질화’를 이룬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펑크와 소울로 이 도시를 밝혀~”라는 가사처럼 디스코풍 음악 이면에는 ‘펑크’와 ‘소울’의 리듬이 흐른다. 주류 미국 팝에서 요즘 사용하는 패턴이다. 외신들은 “반복적인 리듬이어서 외우기 쉽다”, “가벼운 음악이라 받아들이기도 쉽다”고 평가했다. 강문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아이돌로 출발한 방탄소년단이 이번 곡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하는 ‘팝스타’로서 새로운 색깔을 보여줬다”며 “이 덕분에 미국 라디오방송 횟수가 크게 늘어 ‘핫 100’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밝혀 온 ‘그래미 어워즈’ 후보 진출의 꿈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5월 기자회견에서 “꿈은 크면 클수록 좋으니 ‘핫 100’도, ‘빌보드 200’도 1위를 해보고 싶다. 그래미도 가고 싶고 스타디움 투어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중 이루지 못한 목표는 ‘대중음악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그래미 어워즈 무대다. 빌보드는 이날 차기 그래미 어워즈 후보 가능성이 있는 아티스트 18팀 중 하나로 방탄소년단을 꼽으며 ‘온’ 또는 ‘다이너마이트’가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