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이재명 vs 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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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종이나 직군·직렬을 떠나 신분으로도 공무원은 매우 다양하다. 정무직·별정직과 일반직, 선거·선출직과 임명직, 국가직과 지방직, 임기직과 정년직 등으로 나뉜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본 틀은 헌법에 기반한 직업공무원제다.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명시돼 있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의무겠지만 정권 차원의 정책 몰아붙이기 등에서는 자기중심을 잡고 균형을 추구할 권리가 될 것이다. 공직의 불편부당(不偏不黨)은 그만큼 중요한 덕목이다.
묘한 것이 선거직이다. 선출된 정무직에 정치적 중립 요구는 이상에 가깝다. 현실적으로는 모순처럼 보인다. 어떻든 선거직은 다양한 직종만큼이나 책임과 권한도 제각각이고, 서로 간에 상하관계도 없다. 가령 대통령과 인구 9250명의 울릉군수도 상하관계는 아니다. 각각의 권한과 책무에서 차이 날 뿐이다.
다양한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한마음 한뜻’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권한 다툼은 기본이고, 감정싸움도 흔하며, 조직 잇속 챙기기도 적지 않다. 그래서 행정법원과 헌법재판소도 있지만 공무원끼리 대립하고 싸우면 결국 국민만 고생이다.
정책 철학이 다른 것인가, 선거직과 임명직의 입장 차이인가. 넓게 보면 여권 내 ‘한집안’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날선 대립이 뉴스가 됐다. 둘 다 정무직이지만 선거직과 임명직의 갈등이어서 더 관심거리다. 빌미는 “30만원씩 전 국민에게 50번, 100번을 줘도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이 지사 인터뷰였다. 이 발언을 끌어들인 야당 의원의 “철이 없다”는 논평에 홍 부총리가 적극 동의한 게 ‘판’을 만들었다. “누가 공무원더러 영혼 없다고 하나”라는 ‘홍남기 응원가’가 잇따를 만한 상황이었다.
‘재정건전성이냐,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이냐.’ 여권발(發)의 이런 멋진 논쟁을 기대했는데, 하루도 못 가 판이 깨지고 말았다. 이 지사가 “철없다고 꾸짖으시니 철들도록 노력하겠다”며 특유의 ‘SNS 정치’로 홍 부총리를 겨냥했다. ‘뒤끝’ 정도를 넘어 ‘협박성 경고’로 들릴 만한 대응이 나오자 정부의 경제팀장은 “제가 어찌 도지사에게…”라며 손을 들고 말았다. ‘빠’에 기대는 선출직의 과도한 자부심도 볼썽사납지만, 영혼과 소신을 의심케 하는 ‘늘공’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명시돼 있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의무겠지만 정권 차원의 정책 몰아붙이기 등에서는 자기중심을 잡고 균형을 추구할 권리가 될 것이다. 공직의 불편부당(不偏不黨)은 그만큼 중요한 덕목이다.
묘한 것이 선거직이다. 선출된 정무직에 정치적 중립 요구는 이상에 가깝다. 현실적으로는 모순처럼 보인다. 어떻든 선거직은 다양한 직종만큼이나 책임과 권한도 제각각이고, 서로 간에 상하관계도 없다. 가령 대통령과 인구 9250명의 울릉군수도 상하관계는 아니다. 각각의 권한과 책무에서 차이 날 뿐이다.
다양한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한마음 한뜻’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권한 다툼은 기본이고, 감정싸움도 흔하며, 조직 잇속 챙기기도 적지 않다. 그래서 행정법원과 헌법재판소도 있지만 공무원끼리 대립하고 싸우면 결국 국민만 고생이다.
정책 철학이 다른 것인가, 선거직과 임명직의 입장 차이인가. 넓게 보면 여권 내 ‘한집안’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날선 대립이 뉴스가 됐다. 둘 다 정무직이지만 선거직과 임명직의 갈등이어서 더 관심거리다. 빌미는 “30만원씩 전 국민에게 50번, 100번을 줘도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이 지사 인터뷰였다. 이 발언을 끌어들인 야당 의원의 “철이 없다”는 논평에 홍 부총리가 적극 동의한 게 ‘판’을 만들었다. “누가 공무원더러 영혼 없다고 하나”라는 ‘홍남기 응원가’가 잇따를 만한 상황이었다.
‘재정건전성이냐,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이냐.’ 여권발(發)의 이런 멋진 논쟁을 기대했는데, 하루도 못 가 판이 깨지고 말았다. 이 지사가 “철없다고 꾸짖으시니 철들도록 노력하겠다”며 특유의 ‘SNS 정치’로 홍 부총리를 겨냥했다. ‘뒤끝’ 정도를 넘어 ‘협박성 경고’로 들릴 만한 대응이 나오자 정부의 경제팀장은 “제가 어찌 도지사에게…”라며 손을 들고 말았다. ‘빠’에 기대는 선출직의 과도한 자부심도 볼썽사납지만, 영혼과 소신을 의심케 하는 ‘늘공’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