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계기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내린 결론을 입맛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사심의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도록 한 제도다. 검찰권 남용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도입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열린 여덟 차례의 수사심의위에선 검찰이 위원회 의견을 모두 수용했다. 69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화재 참사’ 당시 현장을 지휘한 소방관들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아사히글라스의 ‘불법 파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사건관계인이 아닌 검찰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사례(7건)가 대부분이었다.

대검 예규인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심의 대상이다. 또 검찰권 견제를 위해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게도 소집 요청 권한을 부여한 것이 제도의 취지다.

그럼에도 검찰은 최근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두 사건에서 위원회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전 채널A 기자의 ‘강압취재 미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수사심의위는 ‘공모’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따르지 않고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갔다. 이어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수사심의위의 권고도 어겼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구속력이 없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현재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할 때 구속 여부 등 신병과 관련한 심의는 요청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심의를 요청할 수 있게 하거나 수사심의위 전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심의위 결론이 3분의 2 이상 절대다수로 모아지면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식도 생각할 만하다”고 했다.

삼성 사건을 계기로 수사심의위 위원 선정의 공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위원 당사자가 편향된 결정을 내릴 우려가 있다고 스스로 회피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검찰이나 변호인 측이 특정 위원을 지목해 기피 신청을 하기란 쉽지 않다. 보안 및 로비 방지 등을 이유로 수사심의위 당일에서야 검찰과 변호인 측에 위원 명단이 공개되기 때문에 기피 여부를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