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코로나 대책' 자신감에 잠깐 삐딱해진 이유 [박종서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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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1일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제19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 금융위 제공
정부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어쨌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어제(1일) 제19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상황을 점검할 때 “비축된 지원여력을 활용해 자금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공급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금융위가 지금까지 보여준 코로나19 대응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괜히 찜찜해서 비딱하게 기사를 한 줄 쓸까 고민이 했습니다. 결국 신문 지면에 기사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5월부터는 10조원짜리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됐는데 석달이 넘도록 공급실적은 6200억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금리도 1차(연 1.5%) 때의 두 배가 넘고 대출한도는 최대 3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든 영향입니다.
대출은 시중은행에서 해주는데 이번에는 대출 부실에 대한 위험부담을 5% 지도록 했습니다. 1000만원을 대출해줘서 떼이면 50만원은 은행이 책임지는 방식이죠. 코로나19 피해자와 금융회사 모두 조건이 사나워지자 융통이 잘 안 됐다는 얘기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사주겠다는 지원대책도 20조원 목표에 실적은 9000억원 수준입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불과 열흘만에 40조원을 조성했지만 지원 실적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한항공이 1순위로 꼽혔지만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에 한국산업은행법을 바꿀 때는 숨 넘어갈 듯하더니 지금은 ‘유사시 버팀목’이나 ‘2차 방어선’이라고 합니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10조7000억원짜리 증권시장안정펀드는 맛도 못봤습니다. 증안펀드는 코스피가 1500 이하로 떨어지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는군요.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마찬가지 상황이구요.
대책만 세워놓고 놀고 있는 돈이 많이 있으니 신속하고 충분하게 자금을 공급하겠며 자신감을 보일 수 있었던 겁니다. 금융위는 이런 식으로 남아있는 돈이 소상공인 대상 10조원, 중소기업·중견기업 대상 8조원, 시장안정화 프로그램으로 58조원이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소화하지도 못할 대책을 국민 세금 기반으로 무턱대고 세워놓고 머쓱해져서 한다는 얘기가 ‘지원여력’ 충분으로 포장되길래 (아주 잠깐)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금융위는 행정부 안에서도 엘리트 공무원들이 많이 근무하는 부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월이나 4월에 코로나 금융 대책을 내놓을 때 지금의 모습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때때로 다소 과도한 대책을 발표하는 게 공무원들을 생리인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허세’도 봐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한도를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겠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1차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다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사진) 금융위의 2차 소상공인 대출한도 관련 해명 자료 일부. 금융위 제공
전화를 해봤더니 담당 공무원은 난감해했습니다. 10조원 가운데 실제 풀린 자금은 어쨌든 1조원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던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입니다.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정책설계가 잘 못 됐다거나, 반대로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기준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지원하겠다고 한 자금이 나가지 않지 않는데도 가만있는 것은 무슨 고집이라고 합니다. 진퇴양난이지요. 이럴 때 흔히 공무원들은 “확정된 바 없으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표현의 해명자료를 냅니다(기자들은 자주 보는 자료이고 상당수는 사실무근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여론을 보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지원조건 완화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정부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어쨌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어제(1일) 제19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상황을 점검할 때 “비축된 지원여력을 활용해 자금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공급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금융위가 지금까지 보여준 코로나19 대응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괜히 찜찜해서 비딱하게 기사를 한 줄 쓸까 고민이 했습니다. 결국 신문 지면에 기사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2차 방어선을 계획해서 만들었나
고민의 시작은 ‘지원여력이 충분하다’ ‘2차 방어선이 있다’ 등의 표현이었습니다. 충분한 지원여력과 2차 방어선은 금융위가 애시당초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월부터 공급된 16조4000억원 규모의 1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빠르게 소진됐습니다. 금융위 통계로는 14조원의 공급이 끝났습니다.지난 5월부터는 10조원짜리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됐는데 석달이 넘도록 공급실적은 6200억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금리도 1차(연 1.5%) 때의 두 배가 넘고 대출한도는 최대 3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든 영향입니다.
대출은 시중은행에서 해주는데 이번에는 대출 부실에 대한 위험부담을 5% 지도록 했습니다. 1000만원을 대출해줘서 떼이면 50만원은 은행이 책임지는 방식이죠. 코로나19 피해자와 금융회사 모두 조건이 사나워지자 융통이 잘 안 됐다는 얘기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사주겠다는 지원대책도 20조원 목표에 실적은 9000억원 수준입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불과 열흘만에 40조원을 조성했지만 지원 실적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한항공이 1순위로 꼽혔지만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에 한국산업은행법을 바꿀 때는 숨 넘어갈 듯하더니 지금은 ‘유사시 버팀목’이나 ‘2차 방어선’이라고 합니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10조7000억원짜리 증권시장안정펀드는 맛도 못봤습니다. 증안펀드는 코스피가 1500 이하로 떨어지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는군요.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마찬가지 상황이구요.
대책만 세워놓고 놀고 있는 돈이 많이 있으니 신속하고 충분하게 자금을 공급하겠며 자신감을 보일 수 있었던 겁니다. 금융위는 이런 식으로 남아있는 돈이 소상공인 대상 10조원, 중소기업·중견기업 대상 8조원, 시장안정화 프로그램으로 58조원이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소화하지도 못할 대책을 국민 세금 기반으로 무턱대고 세워놓고 머쓱해져서 한다는 얘기가 ‘지원여력’ 충분으로 포장되길래 (아주 잠깐)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금융위는 행정부 안에서도 엘리트 공무원들이 많이 근무하는 부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월이나 4월에 코로나 금융 대책을 내놓을 때 지금의 모습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때때로 다소 과도한 대책을 발표하는 게 공무원들을 생리인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허세’도 봐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한도를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겠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1차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다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사진) 금융위의 2차 소상공인 대출한도 관련 해명 자료 일부. 금융위 제공
전화를 해봤더니 담당 공무원은 난감해했습니다. 10조원 가운데 실제 풀린 자금은 어쨌든 1조원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던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입니다.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정책설계가 잘 못 됐다거나, 반대로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기준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지원하겠다고 한 자금이 나가지 않지 않는데도 가만있는 것은 무슨 고집이라고 합니다. 진퇴양난이지요. 이럴 때 흔히 공무원들은 “확정된 바 없으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표현의 해명자료를 냅니다(기자들은 자주 보는 자료이고 상당수는 사실무근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여론을 보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지원조건 완화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금융지원 프로그램 조건 완화 가능성
하지만 저는 조만간 코로나 금융지원 프로그램 조건이 완화될 것으로 생각하고 취재를 해 볼 계획입니다. 비단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 한도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요. 확인이 되면 그 때 정식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