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지적하며 '사기꾼' '이중인격자'로 표현…대법 "명예훼손"
‘사기꾼’ ‘이중인격자’ 등 단어를 사용하며 경쟁사 직원의 일부 저작물 표절 문제를 지적한 사람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부동산 경매회사 직원인 A씨는 경쟁회사 직원 B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가 급성장하자, 그의 표절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B씨는 책 3권과 한 언론의 칼럼을 완전히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넣기 했네요’ ‘98%가 베낀 거네요. 이중인격... 사실인지 확인하세요’ ‘토지전문가도 아닌 남의 글이나 훔치는 사기꾼입니다’ 등 표현을 사용했다.

A씨는 “피해자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적시하면서 B씨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정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가 범행에 이른 과정에 주목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미 부동산 경매 업계에서 인지도가 탄탄한 인물이던 A씨는 신인이던 B씨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인기를 끌자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쟁관계에 있던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저해함으로써 반사적으로 자신의 평가를 제고할 수 있는 이익을 기대한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