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마력은 아니지만…몸값 낮춘 스팅어 "나랑 달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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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터보 기대 모았지만…부족한 저변에 불발
2.0터보 가격에 2.5 터보 '펀드라이빙' 저변 확대
2.0터보 가격에 2.5 터보 '펀드라이빙' 저변 확대
"결국 400마력은 없었네요"
최근 기아차가 출시한 스포츠세단 스팅어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두고 일선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400마력대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국산 스포츠카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보다 널리 보급하기 위해 스팅어를 2.5 가솔린 터보와 3.3 가솔린 터보 모델로 출시했다.
당초 기아차는 스팅어에 3.5 가솔린 터보 엔진 탑재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5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 토크 57.0kgm의 고성능 스포츠세단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3.5 가솔린 터보 기대 모았지만…수요가 없다
지난해 기아차 영국법인과 현대차 유럽테크니컬센터는 기존 스팅어의 출력을 420마력으로 끌어올린 트랙용 개조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팅어 GT420으로 명명됐던 이 모델에 대해 당시 개조를 맡았던 현대차 유럽테크니컬센터는 양산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아차가 고성능 스포츠 세단에 대한 꿈을 품고 있다는 관측을 이끌기에 충분했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까지도 내부에서 400마력대 스팅어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국내 펀 드라이빙 저변이 좁다는 지적이 나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존 스팅어의 판매 실적은 암울한 수준이다. 2017년 출시 후 지난 7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스팅어는 1만7141대에 그친다. K5, K7 등 기아차 볼륨 모델의 연간 판매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스팅어가 완성차 업체로서 기아차의 실력을 과시하는 퍼포먼스카 성격을 띄기에 출시 당시에도 판매량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자평이 나올 정도로 처참한 결과다.
스팅어를 디자인한 그레고리 기욤 기아 유럽디자인센터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팅어는 상징적 모델인 탓에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당초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스팅어의 지속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국내 판매량의 다수가 2.0 가솔린 터보에 몰려 3.3 가솔린 터보 수요는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3.3 모델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지만, 이내 2.0 모델이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귀띔했다.
스팅어 2.5T, 펀드라이빙 보급·수요 창출 특명
다만 기아차가 펀드라이빙 카에 대한 의지까지 버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이번 스팅어 마이스터에는 펀드라이빙 문화를 보급하겠다는 기아차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스팅어의 부분변경 모델 스팅어 마이스터는 지난달 2.5 가솔린 터보와 3.3 가솔린 터보 모델로 출시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2.5 가솔린 터보 모델의 가격이다. 스팅어 마이스터 2.5 가솔린 터보 플래티넘 트림 가격은 3853만원으로 책정됐다.
스팅어 2.0 가솔린 터보 플래티넘 트림의 가격은 3868만원이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파워트레인이 상향되고 첨단 안전·편의사양도 더해졌지만 가격은 저렴해진 것이다. 3.3 가솔린 터보 GT 모델 가격도 5227만원에서 4888만원으로 낮췄다.
업계는 기아차의 스팅어 가격 정책을 두고 국내에는 아직 취약한 펀드라이빙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수요가 제한적인 3.5 가솔린 터보를 고집하기보다 같은 가격에 2.0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높은 성능을 갖춘 2.5 가솔린 터보 모델을 판매해 펀드라이빙 기반을 넓히고 3.3 가솔린 터보 모델 진입장벽까지 낮췄다는 것이다. 스팅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펀 투 드라이브' 철학을 대표하는 차량 가운데 하나다.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한 정 수석부회장은 BMW에서 고성능M 개발을 담당했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영입하는 등 고성능 차량을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비어만 사장은 스팅어 개발을 총괄했다.
현대차의 경우 고성능 N 브랜드를 수립해 펀드라이빙 DNA를 전 라인업으로 넓혀가고 있지만, 제네시스와 기아차는 비어만 사장이 개발을 총괄한 G70와 스팅어를 대표적인 고성능 퍼포먼스카로 내세우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꿈꾸고 비어만 사장이 구현한 고성능 차 개념이 희석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모델인 셈이다.
스팅어 2.5 가솔린 터보 모델 판매가 늘어나고 국내 펀드라이빙 문화가 보급되면 더 성능을 높인 모델이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어만 사장은 과거 스팅어 공개 당시 "스팅어의 섀시는 3.3. 가솔린 터보 엔진 이상의 출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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