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첫 관문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논쟁. 이낙연 대표는 지속적으로 '선별 지급' 입장을 견지해온 가운데 당내에선 여전히 '보편 지급'에 대한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같은 갈등은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가 경제정책 성격 못지않게 복지정책 성격도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강령 중 복지 부분을 보면,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기회균등과 국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포용적 복지 국가체제를 수립함으로써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국민 통합을 실현한다'고 돼 있다. 당 강령은 정책적 결정의 큰 줄기가 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긴급호소 기자회견 중 김희겸 행정1부지사로부터 사랑제일교회 관련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긴급호소 기자회견 중 김희겸 행정1부지사로부터 사랑제일교회 관련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스1

'선별 지급' 가닥에 시끄러워진 민주당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논쟁은 지급 범위에 대한 대표적인 갈등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보편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재명 지사에게 "철이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에 여권 인사들마저 들고일어났다. 보편 지급에 방점을 두고 있는 여권 인사들이 이재명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나선 것이다.

이상민 의원은 "(이재명 지사가 언급한 대로) 재난지원금 100번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화급한 상황 아닌가"라며 "한가하게 국가부채 운운하며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남기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고 했다. 같은 당 이규민 의원은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2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은 현재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더 많은 수의 국민이 지지하고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더불어시민당 출신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남기 부총리가 주술에 빠진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 4기 수장의 커밍아웃인가"라고 했다. 이어 "경제 이론적으로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에도 이낙연 대표의 행보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담긴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당원들은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용적 진보주의' 내건 이낙연의 신념은?

이낙연 대표는 2년7개월간의 국무총리직을 마치고 정치권으로 복귀하기 전 '실용적 진보주의'를 내세우며 "추구하는 가치만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선 자신의 신념이 선별 복지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으로 한정되는 게 아니라 상당 부분에 대해서 선별 기조로 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데, 과잉 해석인가'라는 질문에 "자기 신념이라는 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4월에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며 "당시는 선거 상황이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보니 그래서 전 국민 지급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지속되는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주장에 대권 잠룡인 이재명 지사는 "미래통합당식 마인드"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대표적인 보편 복지론자로 꼽힌다.

이낙연 대표는 당대표 출마 선언 전 '행복국가론'을 내세우며 보편 복지 확대보다는 선별 복지 확대에 중점을 두는 발언을 했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행복국가론의 핵심으로 주장했던 그는 "고용보험, 실업부조, 기초생활보장 같은 복지를 확대해 가야 한다"고 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