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움 받는 청각장애 아동의 일상 담아…'따뜻한 기술 KT' 강조
어떤 제품을 직접 써 본 사람이 광고에 출연해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면 그 제품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제품을 직접 써 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한번 써보라고 추천하는 표현 기법으로 만든 광고를 ‘증언형(testimonials)’ 광고라고 한다. 증언형 광고에는 유명인보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말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AI 도움 받는 청각장애 아동의 일상 담아…'따뜻한 기술 KT' 강조
KT의 광고 ‘마음을 담다-노혜담’ 편은 전형적인 증언형 광고 스타일이다. 광고가 시작되면 한 초등학생이 팔을 올리며 자신에 대해 소개한다. “제 이름은 노혜담입니다.”

무슨 내용인가 싶어 들어보니 귀가 잘 들리지 않았는데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제 귀에는 삐삐가 있어요. 우리는 인공와우 수술로 만나게 됐죠. 삐삐는 제가 잘 들을 수 있게 도와줘요.”

광고에서 혜담이는 수술을 받고 나서 늘 착용해야 하는 인공와우를 ‘삐삐’라고 부르면서 듣고 말하는 연습 과정을 밝고 명랑하게 보여줬다. 와우(蝸牛)란 귓속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이다. 인공와우란 인공으로 만든 달팽이관을 뜻한다. 난청이 심하면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환자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다. 광고에 출연한 노혜담 어린이는 만 2세 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청각장애 아동 재활 지원 사업인 ‘KT꿈품교실’에 다니며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혜담이의 모습에서는 그늘진 구석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광고 카피를 전달하는 혜담이의 목소리는 오히려 당당하고 재치 있다. 피아노를 치거나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광고 앞부분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동화책 주인공처럼 그림으로 그려냈다. 광고는 혜담이의 즐거운 일상을 보여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그의 마음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왜 이 광고에 주목해야 할까. KT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회공헌 활동의 의지와 진정성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혜담이의 얼굴에 “마음을 담다”라는 자막이 얹히는 마지막 장면은 이를 위한 배치다.

광고 목적인 KT의 사회공헌 활동을 흥미롭게 전달한 게 이 광고의 매력이지만, 증언형 광고 형식을 제대로 구체화했다는 점이 더 주목할 만하다. 증언형 광고에서 유의할 점은 화자의 증언이 진실돼야 하고 반드시 실제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혜담이의 증언은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KT는 청각장애 아동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미래의 희망을 꿈꾸도록 2003년부터 ‘소리찾기’ 사업을 해왔다. 잘 만든 증언형 광고로 인해 그 가치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마음을 담겠다고 해서 쉽게 담기지는 않는다. 더욱이 광고에서 이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광고를 보고 나서 마음이 담겨있음을 느끼는 것은 증언 내용이 그만큼 진솔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담다’ 광고의 힘은 증언형 광고 문법을 충실히 구현한 데서 나온다. 거짓 경험담으로 만든 증언형 광고가 브랜드를 실패하게 만든 사례는 많다. ‘마음을 담다’ 증언형 광고는 광고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브랜드 파워도 더 강화시켰다.

김병희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