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재료비, 빚으로 충당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이 국내 기업·자영업자에 빌려준 대출금 잔액은 1328조2298억원으로 3월 말에 비해 69조715억원 늘었다. 이 같은 분기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후 가장 컸다. 시점을 올 상반기로 넓혀 보면 기업·자영업자의 차입금은 무려 120조4385억원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기업과 자영업자의 빚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창출력이 나빠지자 원재료 구매와 직원급여, 이자비용을 비롯한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한 결과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업들이 코로나19로 매출충격이 발생하자 차입금을 늘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2분기 유가증권시장 592개 상장사(12월 결산법인 대상, 금융업 등 제외)는 449조54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 줄었다. 영업이익은 23조19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고, 순이익은 14조2014억원으로 19.0% 줄었다. 자영업자 소득으로 통하는 '가계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올해 2분기 94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매출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그만큼 운영자금 차입금이 늘었다. 산업별 대출금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운영자금용 차입금이 788조6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52조1000억원 늘었다. 역시 사상 최대폭 증가다. 전형적인 ‘불황형 대출’이다.
◆기업도 자영업자도 은행에 몰려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대출금 잔액은 6월 말 257조6894억원으로 지난 3월 말에 비해 18조7648억원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충격이 골목상권은 물론 대기업까지 충격을 미치면서 기업 대출금도 큰 폭으로 늘었다. 대기업들이 포진한 제조업의 2분기 대출금은 389조1963억원으로 17조2355억원 불었다. 역시 최대 증가폭이다.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최근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는 등 경제적 충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과 자영업자의 실적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한은이 상반기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외부감사기업 2만693곳 중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47.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2018년 32.1%, 지난해 32.9%였다.
하지만 이 같은 추정치는 코로나19가 올 2분기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으로 올해 내내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이 비율은 50.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흐름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