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1일(현지시간) 최대 50억달러(5조92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통상 유상증자는 악재로 인식되지만 테슬라 같은 성장기업에게는 성장 동력 확보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1일 4.67% 떨어진 475.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는 전날 5대 1비율의 액면분할 후 첫 거래일을 맞아 12.57% 급등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이 발표되면서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락폭이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액면분할에 따른 반등폭이 너무 큰 상황에서 기술적 조정을 받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는 보유 주식 가치를 희석시켜 악재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는 유상증자가 악재로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테슬라같은 성장기업은 각종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이 필수다. 유상증자가 대표적 수단이다. 기업이 투자를 위해 부채를 늘리게 되면 회사의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액으로 나눈 부채비율이 악화된다. 테슬라의 부채비율은 지난 2분기 0.98 수준으로 양호한 편이다.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액을 늘리면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장기업의 유상증자는 대규모 투자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읽히기도 한다. 지난 2월 테슬라가 20억달러(2조 37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뒤 이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엔 오는 22일로 예정된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역대 최고 규모의 유상증자가 단행됐다. 배터리데이에 대한 기대감을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의 유상증자는 단순히 자본금이 커지면서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증자된 돈이 재투자돼 성장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배터리데이 이전에 증자에 나선것도 이를 성장성과 연결시키려는 테슬라측 의도"라고 설명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번 증자 후 주가 전망이 극명히 엇갈렸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가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보다 테슬라 주가가 40%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증권사 밀러 타박의 매트 메일리 수석시장전략가는 "유상증자 소식에 주식을 사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테슬라 주가는 연말전 최소 30%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