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블루'에 젖어들다
방파제 위에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시원한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 테이블과 화분이 다정하게 자리 잡았다. 사진가 박형호가 푸른빛의 자연을 담은 ‘블루(Blue)에 젖다’ 연작의 하나다. 보통 사진가들은 주제의식을 표현하거나 특정한 사물을 주인공으로 작업한다. 그런데 작가는 몇 년 전 제주 오름 위에서 일몰 즈음 마주한 푸른 풍경에 매료된 뒤 ‘블루’에 빠져들었다. 또한 푸른 자연을 담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됐다. 색채심리학에서 청색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세상이 푸름으로 가득 찰 때가 있다. 하늘이 맑을 때는 물론 해 진 직후 그리고 동틀 무렵이 그렇다. 작가는 그런 시간에 맞춰 자연과 사물을 찾아 나서, 청색이 주는 느낌과 걸맞은 간결한 구도의 풍경을 담아나갔다.

요즘의 예술작품들은 작가의 복잡한 생각이 담기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박씨는 난해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직관이 시키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다. 관람자는 저 푸르름에 젖어들면 된다. (갤러리 공간쌀 9월 5~19일)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