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커져
김익환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
이전지출의 재정승수가 낮은 것은 ‘소비 대체효과’ 때문이다. 본인 돈으로 10만원을 쓰려던 사람이 재난지원금 10만원을 받으면 지원금 10만원만 쓰고 자기 돈 10만원은 쓰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본지가 이를 보도한 뒤 일각에선 “한은이 재난지원금 승수 효과를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계 소득이 많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재난지원금은 대부분 소비 대체 효과 없이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한은 보고서 서문에는 이번 재정승수는 실제보다 다소 높게 산출됐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분석은 경제주체의 ‘합리적 기대’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구절이다.
합리적 기대는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이 주장한 이론으로 재정정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거나 확장재정을 편성한다고 발표하면 합리적 개인은 정부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씀씀이를 줄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개인이 씀씀이를 줄이는 것까지 고려하면 이전지출의 소비 진작 효과는 더 낮아지게 된다. 한은이 합리적 기대까지 반영해 산출했다면 이전지출 재정승수는 0.2보다 더 낮아졌을 수도 있다.
재난지원금이 서민·자영업자 부담을 키우는 측면이 있어 실효성이 더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재난지원금 재원 조달 등을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에도 슈퍼예산을 짜면서 올해와 내년 적자국채 발행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최근 시장금리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3·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채권시장에서 올해와 내년 대규모 재정지출로 각각 160조원이 넘는 국고채가 연달아 발행될 것이란 우려가 퍼진 결과다. 작년까지 3개년 평균 발행액인 연 100조원보다 60% 이상 급증한 수치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빚으로 버티는 서민·자영업자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업종은 올 2분기에만 대출이 18조7648억원 늘었다. 금리가 오르면 벼랑으로 몰리는 서민·자영업자는 더 많아질 것이다. 정부의 퍼주기 ‘청구서’가 벌써 날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