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RS 2020의 주인공으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이 등장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PWRS 2020의 주인공으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이 등장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미출시 최신 고성능 포르쉐를 서킷에서 몰아볼 기회가 마련됐다.

포르쉐코리아가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지난 29일부터 오는 10일까지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 2020을 개최한다. 지난 2일, 제 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에 비가 쏟아지는 서킷을 독일에서 공수해온 포르쉐 차량들로 질주했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는 독일 본사에서 주관하는 대규모 드라이빙 이벤트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동반한 서킷에서 핸들링, 브레이킹, 슬라럼, 택시 드라이빙 등 차량의 성능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체험을 제공한다. 서킷과 프로그램 등도 독일 본사에서 직접 감독한다.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회당 참가 인원을 40명으로 제한했다. 포르쉐 오너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서킷을 주행하는 PTE도 14일까지 운영한다. 딜러사가 포르쉐 오너 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초청장을 배부하고 참가자 접수를 받았다.
포르쉐 코리아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 2020을 개최했다. 사진=포르쉐 코리아
포르쉐 코리아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 2020을 개최했다. 사진=포르쉐 코리아

타이칸 등 포르쉐 26대…한국 미출시 차량들

이번 행사를 위해 포르쉐 본사는 26대의 차량과 200여개의 타이어를 한국으로 공수했다. 행사 참가자 대부분이 기존 포르쉐 오너인 만큼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차량들이 주를 이뤘다. 3일 국내 출시된 마칸 GTS를 비롯해 911 터보S, 911 GT3 RS, 911 GT3 쿠페, 718 박스터 S, 718 박스터 T, 718 카이맨 GTS, 718 카이맨 GTS 4.0, 파나메라 GTS, 파나메라 GTS 스포츠 투리스모,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쿠페 등이 함께했다.

이번 PWRS 2020의 주인공으로는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이 나섰다. PWRS 2020에 등장한 타이칸 터보 S는 최대 761마력과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 2.8초의 성능을 낸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412km다. 함께 PWRS 2020에 출격한 타이칸 터보는 최대 680마력에 제로백 3.2초를 내고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WLTP 기준 450km를 갖췄다. 국내에는 연말 타이칸 4S가 먼저 출시되고 타이칸 터보와 터보 S는 내년 들여올 예정이다.
독일에서 공수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독일에서 공수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타이칸에 대해 김중곤 포르쉐 코리아 매니저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400볼트 전압 시스템을 쓰는데, 타이칸은 800볼트 전압 시스템 적용한 유일한 전기차"라며 "급속충전 5분으로 최대 100km를 달릴 수 있고 전기차 최초로 후륜에 2단 변속기를 적용해 지속적인 고속 주행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PWRS 2020은 △타이칸의 성능을 직접 체험하는 타이칸 세션 △포르쉐 전 차량을 서킷에서 몰아보는 핸들링 세션 △박스터 T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는 슬라럼 세션 △제로백 2.7초의 스포츠카 911 터보를 통해 런치 컨트롤과 제동 능력을 실험하는 브레이킹 테스트 세션 △전문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해 서킷을 질주하는 택시 드라이빙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는 4개 조로 나뉘어 번갈아가며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된다.
포르쉐 타이칸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포르쉐 타이칸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날 가장 먼저 체험한 것은 4도어 차량 핸들링 세션이다. 국내 출시를 앞둔 마칸 GTS를 비롯해 파나메라 GTS 스포츠 투리스모,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쿠페 등에 올라 가속 페달을 밟았다. 비가 내린 탓에 차량 성능을 극한까지 내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사용금지 지시를 받았지만, 차츰 속도를 높이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스피드웨이를 질주했다. 포르쉐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차량들은 2톤 넘는 무게를 잊은 듯 내달렸고, 빗길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쿠페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았다. 이 차량의 최고출력은 680마력, 최대 토크는 91.8kg·m였지만, 빗길 사고를 우려한 인스트럭터와 열악한 시야 탓에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직진 코스에 이어진 180도 헤어핀 구간을 시속 100km 가까운 속도로 진입해 돌았지만, 카이엔은 미끄러지긴 커녕 경고등도 들어오지 않은 채 안정적으로 그립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방의 인스트럭터는 150km/h 수준으로 최고속도를 제한했고, 전방 차량이 튀기는 물에 순간순간 앞이 보이지 않아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지 못했다.

핸들링 세션에서 한 바퀴 주행을 마치고 다른 운전자와 차량을 교대할 때 마다 차량 실내 소독이 이뤄졌다. 피트에서 대기하는 전담 직원들은 차량이 돌아오면 뛰어나와 순식간에 소독제를 뿌리며 시트와 스티어링 휠 등을 닦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조치였다.
서킷 주행을 마치고 차량을 교대할 때 마다 소독이 이뤄졌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킷 주행을 마치고 차량을 교대할 때 마다 소독이 이뤄졌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어진 오전 세션은 타이칸 주행이었다. 처음 마주한 타이칸은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 햅틱 반응을 보이는 하단 디스플레이까지 3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었다. 시동 버튼은 전원 버튼으로 대체됐고 기어 노브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 뒷편에 자리잡았다. 대부분의 버튼이 사라진 탓에 미래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가속 페달을 밟자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911과 동일한 수준의 가속력과 순발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문득 실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타이칸은 전기차인 만큼 우렁찬 배기음을 들려주지 않는다. 당일 주행을 시작할 당시에도 폭우가 차를 때리는 소리만 가득히 들렸다. 하지만 서킷을 돌며 속도를 점차 높이자 공상과학(SF)영화에서 들어본 웅~하는 우주선 소리가 들려왔다. 포르쉐측은 "타이칸은 고속에서 우주선이 이륙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며 "실내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선명히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 전시된 포르쉐 타이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행사장에 전시된 포르쉐 타이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다소 이질적이었던 소리만 제외한다면 타이칸은 영락없는 911이었다. 페달만 밟으면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줬고, 배터리를 탑재하며 무게중심을 낮춘 덕에 코너에서는 더욱 안정적이었다. 핸들링 반응도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민첩했다. 묵직한 제동 감각은 없었지만, 어느 차량보다도 확실하게 제동이 걸렸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 코리아 대표가 "100% 전기차이자 100% 스포츠카, 100% 포르쉐, 100% 911"이라고 타이칸을 설명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다만 서킷 주행 중 심해진 폭우로 프로그램 일시 중지가 결정된 탓에 런치 컨트롤 등의 성능을 느낄 기회는 가질 수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는 911의 런치 컨트롤

포르쉐 박스터 T 차량으로 슬라럼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포르쉐 박스터 T 차량으로 슬라럼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바탕 쏟아진 폭우가 오후에는 다소 가늘어진 덕에 2도어 차량 핸들링과 박스터 T 슬라럼, 911 터보 S 런치 컨트롤 체험은 이어갈 수 있었다. 박스터 T는 미드십 스포츠카인 박스터를 경량화한 모델이다.

절묘한 무게 배분 덕에 과격한 주행을 해도 쉽게 균형을 잃지 않지만,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슬라럼 체험은 급가속을 하며 장애물을 피한 뒤 180도 선회해 다시 장애물을 피해 출발점으로 돌아와 정확히 제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티어링 휠을 1초마다 좌우로 90도씩 꺾어가며 장애물을 피해 기자가 세운 기록은 28.1초였다.
공식 제로백 2.7초를 지닌 포르쉐 911 터보 S.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공식 제로백 2.7초를 지닌 포르쉐 911 터보 S.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911 터보 S 런치 컨트롤은 젖은 노면 탓에 인스트럭터가 운전대를 잡고 조수석에 앉아 체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운전을 맡은 강병휘 레이서는 "911 터보 S의 공식 제로백은 2.7초이지만, 실제로 타보면 2.5초가 채 나오지 않는다. 포르쉐가 발표하는 수치는 너무 보수적"이라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통상 급가속을 하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을 받는데, 이 때에는 가속이 너무 빠른 탓에 몸이 시트에 파묻히듯 붙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튕겨져 나온 뒤통수가 헤드레스트를 크게 때리며 몸이 들썩이는 사이 체험도 끝나버렸다. 강 선수는 "노면이 젖어있지만 제로백은 여전히 2초 중반을 유지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포르쉐 911 터보 S의 공식 제로백은 2.7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포르쉐 911 터보 S의 공식 제로백은 2.7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어진 택시 드라이빙에서는 이제껏 돌았던 서킷을 다시 주행했다. 바뀐 점이라고는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 앉고, 인스트럭터가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이다. 기자가 뽑힌 택시 드라이빙 차량은 911 카레라 4S였고 운전석에는 강 선수가 앉아있었다. 그 차이는 하루 종일 달렸던 용인 스피드웨이를 전혀 다른 서킷으로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날 아침 일찍 시작된 PWRS의 프로그램들이 모두 끝나자 시계는 오후 5시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있었다. 내 차라면 그만한 성능도 나오지 않거니와, 손상과 타이어 마모가 걱정돼 시도하지도 못할 경험을 가득 쌓은 날이었다. PWRS 참가 비용은 약 70~80만원 사이. 서킷에서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며 깎아먹을 타이어와 한계까지 달린 차량의 정비비용만 계산해도 참가비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포르쉐 차량들을 돌아가며 타볼 수 있다는 장점은 덤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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