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형사소송법 148조 뭐길래' 조국, 정경심 재판서 무한반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당시 부친이 조○○에게 주식 맡기려고 한 거 알고 있었습니까? (검사)
형사소송법 148조 따르겠습니다. (조국)
증인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통해 삼성전자 주식 파는데 가슴 아프다고 하는 등 재산과 관련해 평소 피고인(정경심)과 얘기 나눴던 거 같은데 맞습니까? (검사)
형사소송법 148조 따르겠습니다. (조국)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형사소송법 148조가 100회 이상 등장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오전 증인신문 1시간여 동안 110개 가량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를 따르겠습니다"라고 앵무새처럼 같은 답을 반복했다. 사실상 검찰의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거부를 규정한 조항으로 "누구든지 자기나 친족 또는 법정대리인 등에 해당한 관계있는 자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앞서 정경심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이 조항을 들며 증언을 거부했다.
2017년 뇌물공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측 전직 고위임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 조항을 들며 조직적으로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이같은 전략은 아예 증언 자체를 거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2017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측은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통보하며 "형사소송법 148조를 근거로 본인과 본인 딸이 수사를 받고 있어 (헌재에서의) 진술이 어려운 형편이다"라고 불출석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조국 전 장관이 이날 진술을 거부한 것을 두고 예전에 그가 했던 말들과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인 2017년 3월엔 자신의 SNS에 “피의자 박근혜,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바 있다.
조국 전 장관은 작년에도 검찰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했었다. 하지만 국회 기자 간담회에선 “검찰 수사에 당연히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했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국 전 장관은 SNS로 법정 바깥에서 떠들지 말고 법정에서 당당하게 증언하라"고 촉구했다.
김근식 교수는 "조국 전 장관이 법정에 나와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증언거부권은 본인이나 친족이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라며 "본인의 증언거부권 행사로 유죄판결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을 통해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는 조국 전 장관의 말대로라면,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억울하게 당한 거라면, 법정에서 자신과 가족의 무죄와 결백을 당당하게 주장해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정 바깥에서 연일 검찰 비난과 무죄 주장을 펴다가 정작 법정에서는 말하지 않겠다면, 법정을 무시하는 것이거나 유죄판결 우려해서 회피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법대 교수의 형사법 지식이 처벌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구든지 자기나 친족에 해당하는 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거부를 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조국 전 장관은 스스로 말했듯 자신도 재판을 받고 있고, 정경심 교수는 조국의 처로서 친족에 해당 되어 형사소송법 148조상 증언거부권이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면서 "형사소송법상 보장되어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가지고 뭐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박전대통령이 진술거부권 행사 역시 형사소송법 정하고 있는 적법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교수가 여기에 대해 비난을 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조국 전 장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