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수학·험블 파이

▲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 = 바니 하리 지음, 김경영 옮김.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유해 식품첨가물 실태를 폭로해 이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등 미국 식품 소비자운동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해온 저자가 지난 10여년간 식품기업들과 벌여온 싸움, 식품첨가물에 관한 연구와 탐색의 결과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식품에 관한 우리의 상식 가운데는 잘못된 것이 많고 그 가운데 다수가 거대 식품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조작해낸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아침을 먹어야 살이 빠진다'라는 말은 사실 1990년대 시리얼 회사 켈로그가 제품을 팔아먹기 위해 뒷돈을 댄 연구의 결과였다.

미국에서는 연령에 따라 하루 3컵까지 우유를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낙농업계가 미국 정부에 로비한 결과다.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는 미국에서 아조다이카본아마이드라는 일명 '요가 매트 화학물질'을 넣은 빵을 사용하면서도 건강한 음식인 양 홍보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처럼 우리를 기만하는 기업의 거짓말에 당하지 않으려면 '위장 단체'를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업은 자사 제품이 믿을 만하다는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학계, 언론,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전문가'를 길러내며 기업의 후원을 받은 이들은 은밀하게 기업에 유리한 연구 결과나 기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는 것이 힘"이라면서 식품 성분표 읽는 법과 '당알코올', '아세설팜 칼륨', '아스파르템' 등 전문용어로 가려진 식품첨가물의 정체를 알려주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한 자연식품을 한눈에 쏙 들어오는 표로 정리했다.

동녘라이프. 370쪽. 1만9천800원.
[신간]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
▲ 법정에 선 수학 =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지음, 김일선 옮김.
미국 하버드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과를 각각 졸업했고 모녀 사이인 저자들은 법률 사무소에 소속돼 형사 법정에서 확률과 통계를 더 정확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수학적 문제가 쟁점이 됐거나 수학적 원리를 잘못 적용해 오류를 낳은 10개의 형사 사건을 살펴본다.

19세기 프랑스를 거의 반반으로 갈라놓았던 드레퓌스 사건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탄압한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졌지만, 그 이면에 수학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

1894년 반역죄의 누명을 쓰고 무인도에 유배된 드레퓌스는 뒷날 사건 조작 가담자들이 드러나면서 석방될 수 있었으나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기밀 누설 메모와 드레퓌스의 필적이 일치할 확률에 관한 수학자의 잘못된 증언이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범인으로 지목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폰지 사기'라는 말을 낳게 한 20세기 초 미국의 사기범 찰스 폰지의 다단계 사기는 탐욕에 눈이 먼 피해자들이 간단한 수학적 상식조차 외면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폰지는 투자자들에게 90일 만에 두 배의 수익을 돌려준다고 선전하며 투자금을 끌어모았으나 조금만 계산해보면 어떤 사업도 3개월간 돈을 두배로 불릴 수는 없으며 결국 이는 새 투자자들의 돈을 빼내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사기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수학 때문에 판결이 완전히 잘못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사례들을 살펴보면 애초에 법정에서 수학을 사용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수학을 오용한 탓에 확률의 이름으로 불의가 저질러진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수학이 유용한 도구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썼다.

글담출판사. 352쪽. 1만6천원.
[신간]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
▲ 험블 파이 =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제목은 '겸손한(humble) 파이(π)'라고도 읽힐 수 있으나 영어에서 '험블 파이를 먹다(eat humble pie)'라는 말이 굴욕적인 상황을 일컫는 것처럼 책에는 굴욕적인 수학 실수들이 담겨 있다.

기원전 46년 고대 로마의 통치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1년을 365일로 정하고 남는 약 6시간은 4년마다 윤년을 정해 하루를 추가하는 새 달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4년 뒤의 해'가 아니라 '4년째 되는 해'를 다시 첫해로 세는 바람에 윤년을 4년이 아니라 3년에 한 번꼴로 정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모두가 알지 못한 채 수십 년이 흘렀고 서기 3년이 돼서야 문제가 발견돼 시정할 수 있었다.

고대 수메르의 맥주 원료 보관 창고의 재고량 기록용 점토판에서는 보리의 총량을 더하면서 숫자를 의미하는 기호 3개를 빠트리거나 10을 뜻하는 기호를 써야 할 자리에 1을 의미하는 기호를 써넣는 실수가 발견됐다.

장부의 기재 실수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모두 역사적 실화인 책 속의 사례들은 수학이 잘못되면 현실 세계에서 어떤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책은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와 미국 아마존 인터내셔널 부문 1위에 올랐다.

영미권에서 수학을 다룬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이 책이 최초라고 한다.

다산사이언스. 440쪽. 2만2천원.
[신간]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