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臟) 운동을 원활케 하고 체력을 증진시키고 온갖 고통을 완화해줍니다.” 1940년대 미국에서 한때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던 약의 광고문구다. 치료제 성분은 바로 수은. 지금은 유해성 탓에 복용을 금지하는 물질이다. 상온에서도 액체 형태인 금속이라 상서롭게 여겨졌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수은 알약을 매일 복용했을 정도다. 누가 봐도 엉터리 치료를 왜 신봉했을까.

미국 의학자이자 소설가인 리디아 강은 역사학자 네이트 페더슨과 함께 쓴 《돌팔이 의학의 역사》에서 “그릇된 치료법 배경엔 ‘생존 욕구’가 있다”며 “이 욕구는 뭐든 할 수 있도록 사람을 몰아붙인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생존이란 목표 아래서 행해진 실험 덕분에 이제는 분자 단위의 암과도 맞서 싸운다”며 “오늘날 의학적 성과들은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 나온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오늘날 터무니없게 여겨지는 과거 치료법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독극물인 비소를 자양강장제로 쓰거나,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려고 금을 녹여 주사를 맞힌 사례 등이다. 대부분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시도한 게 아니다.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들이 적극 권하던 치료법이다.

생존과 상관없는 치료법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예전에 오스트리아 스타리아 지방 사람들은 독극물인 비소를 미용 목적과 정력 강화제로 복용했다. 저자들은 “사람들의 욕망은 건강에 그치지 않는다. 영원한 젊음, 에너지, 정력 등을 원한다. 지금이야 숱한 검증 사례 덕분에 옛날 사람들을 비웃지만, 돌팔이가 내놓은 약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에는 식품과 의약품을 관리하는 법이 있고,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정부 기관들이 있는데 안전하지 않을까.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규제만으로는 돌팔이들을 몰아내기 어렵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산업 등 온갖 방식으로 촉수를 뻗어내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결국 편향되지 않게 ‘검증’해야 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