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 대응해 국채와 회사채를 무제한적으로 매입한 결과 미국 중앙은행(Fed)과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 3대 중앙은행의 자산이 반년 만에 5조8150억달러(약 6914조원) 늘었다. 자산 증가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4배에 달해 물가 상승과 생산성 저하 등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8월 말 기준 총자산이 683조엔(6조4200억달러)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 말과 비교해 자산이 6개월 만에 98조엔(17%)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8월 이후 6개월간 늘린 자산(12조엔)의 8배다.

Fed와 ECB의 자산총액은 7조달러와 6조4000억유로로 반년 새 2조8000억달러(68%), 1조7000억유로(37%)씩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각각 2.8배, 4.7배 많은 규모다.

3대 중앙은행의 자산총액이 6개월 새 6조달러 가까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코로나19 경제 대책과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단기국채와 회사채를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단기국채 잔액은 45조엔으로 반년 새 3.6배 늘었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잔액도 두 배가량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치지만 과도한 금융완화의 부작용도 감지된다. 시중에 워낙 많은 돈이 풀린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6개월 동안 미국 증시와 일본 증시는 각각 12%, 9%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후 6개월간 미국 증시와 일본 증시가 각각 39%, 42%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주가 상승폭이 과하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해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양적완화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무분별한 재정 지출로 인해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