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호주도 뚫었다…1조원 수출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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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K무기 우수성 인정"
1차로 K9자주포 30문, K10탄약운반장갑차 15대 납품
연평도 포격전에서 실전 능력 입증
1차로 K9자주포 30문, K10탄약운반장갑차 15대 납품
연평도 포격전에서 실전 능력 입증
국산 '명품 무기'인 K-9 자주포가 호주에 수출된다.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등에 이어 7번째다. 세계적인 강대국인 호주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을 따내며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 정부는 3일 K-9 자주포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랜드 8116 자주포 획득사업'의 단독 우선공급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9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호주법인(HDA)을 주축으로 호주 정부와 제안서 평가와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한 후 양산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1차로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납품한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업에 총 1조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신동엽의 시 <금강>의 끝자락이다. 6·25 때 우리 상공에 등장한 제트기는 호주기로 불렸다.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국인 호주에서 특별히 우리 상공에 파견했다는 이유에서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유럽 오스트리아 태생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잘못 알려져 호주기란 이름이 붙게 됐다. 70년전 국군의 희망이었던 그 호주에 한국군의 주력인 K-9 자주포가 수출된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사업 도전 10년 만에 K-9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 2010년에도 경쟁 입찰을 뚫고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호주 정부의 예산 문제로 2012년 최종 계약이 취소됐다. 호주는 이후 자주포 대신 저렴한 견인포를 도입했다가 한계를 느끼고 다시 한화를 찾아 계약을 타진했다.
한화의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도 호주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화는 멜버른에서 한 시간 거리인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안병철 호주유럽사업부 상무는 "이곳에서 현지 중소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인력 교육, 정비·보수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9 자주포는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와 국방과학연구소가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현재 한국군이 1300여문을 운용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2001년 터키에 280여대 첫 수출된 이후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됐다. 한화는 노르웨이와 24대 추가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유럽부터 호주 대륙까지, 전세계 곳곳을 한국산 자주포가 지키고 있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년~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가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K-9의 실전 능력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검증됐다. 당시 K-9은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대응 사격을 실시해 북한 진지를 초토화시켰다. 불이 붙은 채 반격에 나선 K-9의 사진은 전세계 언론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실전경험"이라고 말했다.
한국군이 현재 1000대 넘게 운용 중이라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중고 자주포와 많은 부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유지보수면에서 유리하다. 한국 방위사업청과 한화디펜스가 꾸준히 성능 개선 모델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업그레이드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K-9의 경쟁자는 독일 PZH2000, 영국 AS-90 브레이브 하트, 러시아 Msta-S 등이 꼽힌다. K-9은 성능면에서 영국과 러시아 자주포를 압도한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독일의 PZH2000은 대당 가격이 130억원에 달해 K-9(약 40~50억원)의 두배가 넘는다. K-9보다 무거워 항공수송도 어렵다. 국가 간 전면전보다 해외 파병에 중점을 두는 국가들이 선택하기 어렵다. K10 탄약운반장갑차는 K9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려주는 ‘옵션’이다. K-9의 후방에서 자동으로 탄약을 공급한다. 한번에 104발의 포탄을 적재할 수 있으며, 신속한 자동 탄약 공급으로 K9 자주포의 작전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호주는 노르웨이에 이어 K10을 도입한 두 번째 국가다.
세계적으로 자주포의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도 K-9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포는 전차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공격보다는 방어에 초점을 둔 무기다. 냉병기로 치면 전차는 돌격기병, 자주포는 궁병이라 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자주포는 도입해도 전차보다 주변국을 덜 자극한다"며 "전쟁억지력을 높이려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디펜스는 5조원이 걸린 호주 육군의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사업'에도 독일 라인멘탈디펜스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사장은 "호주는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일원으로 영향력이 큰 국가"라며 "선진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뚫어내면서 한국 무기의 수출길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호주 정부는 3일 K-9 자주포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랜드 8116 자주포 획득사업'의 단독 우선공급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9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호주법인(HDA)을 주축으로 호주 정부와 제안서 평가와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한 후 양산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1차로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납품한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업에 총 1조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적극적인 현지화로 호주 시장 공략
'제트기의 폭음/그때 우리들은 그걸/호주기라 불렀지/오스트레일리아산(産)이라던가.'신동엽의 시 <금강>의 끝자락이다. 6·25 때 우리 상공에 등장한 제트기는 호주기로 불렸다.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국인 호주에서 특별히 우리 상공에 파견했다는 이유에서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유럽 오스트리아 태생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잘못 알려져 호주기란 이름이 붙게 됐다. 70년전 국군의 희망이었던 그 호주에 한국군의 주력인 K-9 자주포가 수출된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사업 도전 10년 만에 K-9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 2010년에도 경쟁 입찰을 뚫고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호주 정부의 예산 문제로 2012년 최종 계약이 취소됐다. 호주는 이후 자주포 대신 저렴한 견인포를 도입했다가 한계를 느끼고 다시 한화를 찾아 계약을 타진했다.
한화의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도 호주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화는 멜버른에서 한 시간 거리인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안병철 호주유럽사업부 상무는 "이곳에서 현지 중소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인력 교육, 정비·보수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9 자주포는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와 국방과학연구소가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현재 한국군이 1300여문을 운용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2001년 터키에 280여대 첫 수출된 이후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됐다. 한화는 노르웨이와 24대 추가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유럽부터 호주 대륙까지, 전세계 곳곳을 한국산 자주포가 지키고 있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년~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가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실전능력 검증
세계 곳곳에서 K-9을 원하는 까닭은 뛰어난 성능 때문이다. 155mm, 52구경장 포탑을 탑재한 K-9은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를 탑재해 사격 명령을 접수한지 30초 이내에 탄을 발사할 수 있으며, 15초 이내에 최대 3발, 3분 동안 연속 18발을 사격할 수 있어 초기에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K-9의 실전 능력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검증됐다. 당시 K-9은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대응 사격을 실시해 북한 진지를 초토화시켰다. 불이 붙은 채 반격에 나선 K-9의 사진은 전세계 언론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실전경험"이라고 말했다.
한국군이 현재 1000대 넘게 운용 중이라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중고 자주포와 많은 부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유지보수면에서 유리하다. 한국 방위사업청과 한화디펜스가 꾸준히 성능 개선 모델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업그레이드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K-9의 경쟁자는 독일 PZH2000, 영국 AS-90 브레이브 하트, 러시아 Msta-S 등이 꼽힌다. K-9은 성능면에서 영국과 러시아 자주포를 압도한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독일의 PZH2000은 대당 가격이 130억원에 달해 K-9(약 40~50억원)의 두배가 넘는다. K-9보다 무거워 항공수송도 어렵다. 국가 간 전면전보다 해외 파병에 중점을 두는 국가들이 선택하기 어렵다. K10 탄약운반장갑차는 K9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려주는 ‘옵션’이다. K-9의 후방에서 자동으로 탄약을 공급한다. 한번에 104발의 포탄을 적재할 수 있으며, 신속한 자동 탄약 공급으로 K9 자주포의 작전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호주는 노르웨이에 이어 K10을 도입한 두 번째 국가다.
세계적으로 자주포의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도 K-9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포는 전차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공격보다는 방어에 초점을 둔 무기다. 냉병기로 치면 전차는 돌격기병, 자주포는 궁병이라 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자주포는 도입해도 전차보다 주변국을 덜 자극한다"며 "전쟁억지력을 높이려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디펜스는 5조원이 걸린 호주 육군의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사업'에도 독일 라인멘탈디펜스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사장은 "호주는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일원으로 영향력이 큰 국가"라며 "선진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뚫어내면서 한국 무기의 수출길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