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의 미판매비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정부는 내년 온누리상품권의 발행 예산을 더 늘리겠다고 나서 재정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이 2009년 도입된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미판매비율은 10.6%를 기록했다. 누적 발행금액은 10조9963억원으로 이 중 1조1711억5000만원이 판매되지 않았다. 미판매비율은 2016년 3.8%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8년 5.8%, 지난해 8.1%로 점차 불어나는 추세다.

온누리상품권은 2009년 7월 이명박 정부 때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처음 발행됐다. 2016년까지 누적 발행금액은 3조6331억원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발행금액이 급증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1조2850억원 규모의 상품권이 신규로 발행된 데 이어 2018년 1조5016억원, 2019년 2조74억원, 올해에는 7월 말까지 2조5702억원이 발행됐다.

발행금액은 늘었지만 판매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발행금액 중 3221억2000만원(미판매비율 16%)이, 올해는 4903억6000만원(19.1%)이 판매되지 않았다. 전체 누적 미판매금액 중 88.2%인 1조332억2000만원이 이번 정부 들어 발생했다.

정부는 미판매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내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3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예산 낭비가 지나치다는 평가다.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할 때 5~10%가량 할인 발행하는데 비용은 정부가 재정으로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예산으로 2313억원을 편성했다. 1차와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서도 온누리상품권 발행에 각각 690억원, 1380억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내년에는 올해 본예산보다 436억원 늘어난 2749억원의 예산을 온누리상품권 발행 몫으로 편성했다. 발행된 온누리상품권 중 15%가량을 정부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구매하고 있어 실제 재정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된 온누리상품권 중 상당 금액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7월 말 누적 기준으로 판매된 온누리상품권 중 미사용한 상품권 금액은 5827억5000만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5.9%에 달한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상품권 발행에만 집중하다 보니 판매되지 않은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무작정 발행을 늘릴 것이 아니라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서 미판매금액도 증가했고 추석을 대비해 미리 물량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