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저온 피해로 낙과 불량까지 더해져 작황·생산량도 저조

추석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 배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긴 장마·이어지는 태풍…깊어지는 나주 배농가의 한숨
개화기 저온으로 착과불량 피해를 본데다 50일 넘은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등 작황 저조, 생산량 감소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3일 나주시농업기술센터와 배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연이은 태풍 '바비와 마이삭'의 북상으로 나주지역 배 농가가 적지 않은 낙과 피해를 봤다.

지난달 26일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 태풍 바비 때의 낙과 피해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2일 마이삭까지 들이닥쳤다.

배 과수농가와 농정당국은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낙과율이 20∼3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주산지인 금천, 봉황, 왕곡 등을 중심으로 바비 때 10%, 마이삭 때 15%가량 낙과됐다고 추산한다.

더 큰 문제는 오는 7일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하는 태풍 '하이선'의 북상이다.

수확량의 50∼60%가량을 추석 성수기 때 소진해야 하는 배 특성상 10일부터는 수확에 들어가야 하는데 태풍이 골칫거리다.

중만생종으로 나주지역 주력 품종인 '신고'의 본격적인 수확 시기가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태풍을 피해 미리 따자니 대부분의 배가 덜 익어 상품성이 떨어지고 그대로 놔두자니 강한 비바람이 걱정이다.

긴 장마·이어지는 태풍…깊어지는 나주 배농가의 한숨
특히 나주지역 배 농가는 태풍에 앞서 저온 피해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4월 초순 개화기에 들이닥친 한파로 저온과 서리, 냉해로 배 꽃눈과 잎이 말라 죽고 최악의 착과 불량으로 이어졌다.

조사 결과 1천792농가에서 모두 1천692ha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농가 수로 지역 전체 과수농가(2천192농가)의 81.8%에 달했다.

농정당국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태풍이 오기 직전인 6일께 수확이 가능한 배는 조기에 따줄 것을 권하고 있다.

떨어진 배는 상품성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에 조기 수확이 그나마 최선의 대책인 셈이다.

이와함께 강한 바람에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가지 묶어주기도 반드시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나마 올해 작황저조와 수확량 감소로 추석 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또한 반갑지만은 않다.

작년 추석 때 3만원 정도에 거래됐던 7.5kg 기준 배 상품 가격은 올해 20%가량 올라 3만5천∼4만원선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됐다.

긴 장마·이어지는 태풍…깊어지는 나주 배농가의 한숨
배 농가 김모(46)씨는 "적정 가격은 소비자나 농가에 모두 좋지만, 예년보다 지나치게 오르면 오히려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기에 가격 급등이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올해 배농사는 이래저래 걱정뿐이다"고 말했다.

나주 배 농가는 지난해 기준 생산량은 4만7천952t이다.

전국 점유율은 23%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