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에 적합한 '덕후'채용…"스펙쌓기,퇴사율 줄어들 것"
지난해까지 LG인·적성검사는 1교시 3과목(언어이해,언어추리,인문역량 65분), 2교시 3과목(수리력,도형추리,도식적추리 75분), 3교시 인성검사(LG웨이핏테스트 50분) 등으로 모두 3시간 10분간 시험을 치렀다. LG그룹의 인·적성검사 '대손질'은 삼성그룹에 이어 두번째다. 삼성은 올 상반기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기존 4개 과목(언어논리·수리논리·추리·시각적 사고) 110문항 115분에서 2개 과목(수리·추리) 50문항 60분으로 줄였다.
기업들의 인재 채용방식에 바뀌고 있다. 기존 서류전형, 인적성 필기시험, 면접 등으로 6개월의 채용기간이 걸린 공개채용 중심에서 필요한 인재를 해당 부서에서 필요할 때 뽑는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LG관계자는 "좁은 과녁에 정확히 꽂히는 방식인 '적합한 인재'를 뽑아 가장 적확한 포지션에 배치하는 수시채용 방식이 글로벌 인재전쟁 시대에는 더 적합한 채용제도"라고 설명했다. 두루두루 다 잘하는 제너럴리스트보다 전문성이 강조되는 '덕후의 시대'에는 수시채용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LG의 수시채용 전형은 서류전형, 필기시험보다 면접과 인턴십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 방식은 더 다양화 된다. 예를들면, 소프트웨어(SW)직군은 컴퓨터바탕 온라인 테스트(CBT) 방식의 코딩역량 검증, 영업직은 실제 부서에서 일어나는 사례에 대해 본인의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제안하는 케이스 PT, 팀워크 역량을 확인하기 위한 단체 과제수행 등을 면접으로 검증하게 된다. 또한, 주요 직무에 대해 우수 학부생을 선발해 직무역량 교육과 프로젝트 수행 등으로 입사자를 사전 육성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HR부서는 기존에 채용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업무에서 각 부서의 직무에 적합한 인재풀을 발굴하는데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면접위원의 편견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지 않도록 면접위원 역량 향상을 위한 컨텐츠도 개발할 계획이다. 현업 부서의 팀장급 면접 역량을 높여 우수인재 판별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LG측은 직무에 따른 맞춤형 채용이 확산되면 구직자들도 불필요한 스펙을 더 쌓는다든지, 취업학업에서 자기소개서 첨삭, 인·적성검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적·물적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입사후 직무 불만족으로 인한 조기퇴사율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LG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지난 2017년부터 이미 상시채용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며 "다른 계열사들이 벤치마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하반기 채용에 돌입한 LG유플러스는 공모전으로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고객 리서치 분야 인재를 뽑아 인턴십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물류기업 판토스는 어학우수자, 영상 공모전 전형을 별도로 진행해 어학과 창의적 열정을 지닌 인재를 뽑고 있다. LG CNS는 학사와 석박사 전형을 별도로 진행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