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인하 해줬더니…'람보르기니' 월간 판매량 기록 세웠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차량은 한 대당 가격이 최소 3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지난 8월 국내에서 33대가 팔리며 올해 월간 판매량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8월(21대) 대비 57.1%(12대) 늘었다. 지난 6월(21대), 7월(24대)과 비교해도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람보르기니뿐만 아니다. 포르쉐(97.9%), BMW(69.0%), 롤스로이스(21.4%), 렉서스(16.6%) 등 상당수 고가 수입차 브랜드의 지난달 국내 판매 실적이 지난해 8월보다 뛰었다. 전체 수입차의 8월 판매량(2만1894대)은 전년 같은 달보다 20.8% 늘었다. 국내 완성차 5사의 8월 판매량(11만1847대)이 지난해 8월보다 5.6%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고가 수입차와 국산차의 판매 실적을 가른 요인 중 하나로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꼽고 있다. 현행 개소세 제도가 고가 수입차에 더 유리한 구조란 지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라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지난 3~6월 차량 개소세를 5%에서 1.5%로 인하했다. 그러다 7월부터는 3.5%로 올렸다. 대신 인하 한도(100만원)를 없앴다. 이에 따라 출고가 2500만원짜리 차량의 개소세는 원래 125만원(5%)지만, 3~6월엔 37만5000원(1.5%)으로 낮아졌다가 7월부터는 87만5000원(3.5%)으로 올랐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고급 모델이나 쏘나타 기본 모델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출고가 1억원짜리 차량의 개소세는 원래 500만원에서 3~6월엔 400만원이 됐다. 개소세 1.5%를 적용하면 150만원을 내야하지만 인하 한도 때문에 100만원만 할인됐다. 그러다 7월부터는 350만원만 내면 되게 됐다. 인하 한도가 폐지되면서다. 출고가 6700만원 이상인 차량부터 7월 이후 개소세가 더 낮아졌다. 출고가격이 비쌀수록 개소세 인하 혜택은 더 커진다. 3억원짜리 람보르기니의 경우 7월 이후 개소세 인하 혜택은 350만원에 달한다.
세금 인하 해줬더니…'람보르기니' 월간 판매량 기록 세웠다
세금 인하 혜택만으로 고가 수입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일부 소비자는 세금 인하 혜택이 더 큰 비싼 수입차를 골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국산차에 비해 고가 수입차에 더 큰 소비 유인을 제공한 것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의 개소세 정책에 따라 차 판매량이 출렁이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 3월 14만여대에서 개소세 인하폭이 축소되기 직전인 6월엔 17만여대까지 늘었다가 인하폭이 축소된 7월엔 14만여대, 8월엔 11만여대로 떨어졌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오락가락하는 개소세 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이 '다음 인하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으로 소비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소세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소세는 1977년 시행된 특별소비세가 그 전신으로, 사치품 소비 억제를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 2.1명당 한 대씩 갖고 있는 자동차를 여전히 사치품으로 봐야 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개소세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고가 수입차는 사치품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과세 기준(배기량 1000cc 초과)을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로서도 연 1조원에 달하는 개소세 수입을 완전히 포기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5월 과세 대상 배기량 기준을 1600cc 초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유럽연합(EU), 일본처럼 개소세 대신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연비에 연동해 세금 또는 부과금을 걷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