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다우지수 편입 종목에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우지수의 터줏대감이자 12년 전 전 세계 시가총액 부동의 1위였던 석유화학 기업 엑슨모빌이 93년간 지켜왔던 자리를 200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세일즈포스에 내주게 됐다. 엑슨모빌이 전 세계 시총 1위를 차지하던 그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고유가 시절이었고 당연하게도 엑슨모빌의 영업이익은 수십조원을 넘어섰다. 그 이후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20달러대로 떨어지며 부침이 있었지만 금세 주가는 회복됐고 2014년엔 주가가 8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1983년부터 계산해보면 주가는 대략 30년간 80배 상승했다.

엑슨모빌은 어떤 성장주보다 안정적으로 배당을 지속하면서 주가까지 상승하는 알짜 중의 알짜였다. 한때는 워런 버핏의 최애주이기도 했다. 버핏은 2013년 코카콜라와 IBM, 엑슨모빌에 거금을 한 번에 투자했다. 버핏은 셰일오일의 성장성뿐 아니라 엑슨모빌의 고배당 성향에 주목했다. 평균적으로 엑슨모빌은 분기별로 0.87달러 배당을 정률적으로 했다. 현 주가 39달러에 비교하면 거의 9%에 가까운 배당수익률을 보여줬다. 물론 버핏은 2015년 어느 날 전량 매도하면서 애플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엑슨모빌은 배당 약속을 놀라울 정도로 지켜내고 있다. 2016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셰일오일 견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졌음에도 엑슨모빌은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집행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면서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켰다. 그동안 쌓아둔 천문학적인 이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좀 씁쓸한 부분도 있다.

배당을 지키기 위해 지출 감축과 함께 대규모 감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거기에 2021년까지 보유 자산을 매각해 150억달러를 조달한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것이 바로 미국이다. 그들의 배당 성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