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혁신의 개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전까지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들어낸 바퀴, 전기, 컴퓨터 등의 발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혁신의 많은 부분이 있던 것들을 연결하는 데서 나오고 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새로 한 것이 없어 죄책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도 연결은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인 언어도 사람들 사이의 사고를 연결하는 수단이다. 언어는 지식의 파급 속도를 가속화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가 획기적으로 발달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연결 혹은 초연결이 생산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런 연결은 사람과 사물의 연결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고전이 된 TV 시리즈에 등장했던 팔다리와 한쪽 눈 등만 기계인 ‘600만 불의 사나이’는 사람이 확실하다. 그런데 뇌 이외에는 모두 기계인 경우, 인간의 정신이 컴퓨터에 들어가 디지털화된 경우, 극도로 발달한 인공지능(AI)이 장착돼 특정인을 그대로 복제해 놓은 듯한 로봇의 정체는 무엇인가. ‘포스트 휴먼’에 대한 매우 심도 있는 논의는 이미 진행 중이다. 최첨단 과학의 발달과 함께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더 중요한 이유다.
노자는 지금부터 대략 2500년쯤 전에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는 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하나 안 하는 것이 없다”로 함축되는 무위사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덕경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인 초연결을 찾을 수 있을까. 도덕경에 ‘천하만물은 있는 것에서 생겨났고 있는 것은 없는 것에서 생겨났다’는 구절이 있다. 전에 없던 새로 만들어 낸 것을 잘 연결하면 우주가 된다는 말은 아닌지. 오늘 저녁에 오랜만에 서재에서 먼지를 쓰고 있을 도덕경을 한 번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