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4개의 카메라, 개선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LG Q92’는 이렇게 정의된다. 국산 5G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한 49만9400원임에도 프리미엄급 성능을 내세웠다. 저렴하지만 성능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성비족(族)’을 노린 제품이다.

LG Q92를 직접 사용해 보니 보급형 제품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디스플레이(화면)는 6.67인치 크기로, 카메라 구멍만 남긴 ‘펀치홀’ 디자인을 적용했다. 베젤(테두리)도 최소화해 시원한 화면으로 동영상 시청을 할 수 있었다.

보급형 스마트폰임에도 후면에는 쿼드(4개) 카메라를 장착했다. 4800만 화소 일반 렌즈와 초광각(800만)·심도(500만)·접사(200만) 렌즈로 구성됐다. 화면에 보이는 전면 카메라도 3200만 화소다. 사진과 동영상 모두 화각 조절이 가능하다. 일반과 광각 카메라는 살짝 돌출됐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의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디자인과 비교하면 신경 쓰이는 수준은 아니다. 바닥에 제품을 둘 때도 덜거덕거리는 등의 불편함은 없었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에 도움이 되는 기능도 여럿 들어 있다. 동영상을 압축해 촬영하는 ‘타임랩스’는 최고 60배 속까지 지원한다. 일몰 영상 등을 찍을 때 특히 유용했다. 특정한 소리를 부각시켜주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 레코딩’, 촬영 대상의 소리를 강조해주는 ‘보이스 아웃포커싱’, 사진에 만화와 스케치 효과를 넣을 수 있는 ‘카툰&스케치 카메라’ 기능도 있다. 모두 매스(대중) 프리미엄 제품인 ‘LG 벨벳’에 들어있던 크리에이터를 위한 기능들이다. 음향의 강자인 LG전자답게 스피커에도 신경 썼다. Q92에는 제품 상·하단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음향을 느낄 수 있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적용했다. LG 벨벳에 적용된 인공지능(AI) 사운드도 지원한다. AI 사운드는 재생 중인 콘텐츠를 목소리, 음악, 시네마 등으로 구분해 적합한 음향으로 자동 전환해준다.

성능도 보급형 제품인 걸 감안하면 우수한 편이다. 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765G를 사용했다. LG 벨벳에 장착된 스냅드래곤 765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칩셋이다. 실제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성능 게임을 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가격을 낮춘 만큼 포기한 부분도 있다.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사용됐다. 램 용량은 6기가바이트(GB)로 LG 벨벳(8GB)보다 적다. 저장 용량은 128GB다. 여기에 마이크로SD카드 슬롯으로 최대 2테라바이트(TB)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저장 용량이 부족할 걱정은 없다. 배터리 용량은 4000㎃h(밀리암페어시)다. LG 벨벳(4300㎃h)에는 못 미치지만 하루는 거뜬히 버티는 수준이다.무선 충전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프리미엄 제품에 들어가는 방수, 방진 기능도 과감히 뺐다. 다만 내구성은 엄격한 기준을 맞췄다. 미국 국방부 군사표준 규격인 ‘밀리터리 스펙’을 통과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