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울 등촌동 공장으로 구설 오른 국토부 차관…왜?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도 과천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논란이 됐던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사진)이 또다시 ‘소환’됐습니다. 이번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가족 명의로 갖고 있는 땅 때문입니다. 이 땅은 준공업지역에 있는 공장용 부지인데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담긴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 일까요?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박선호 차관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일대 공장 건물과 1681㎡(510평) 규모의 땅을 가족 명의로 갖고 있습니다. 형과 누나, 박 차관의 부인 3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것이죠. 이 부동산은 2017년 12월 박 차관의 부친이 증여한 것입니다. 박 차관은 이를 공직자 재산신고 때 명시했습니다. 이 땅과 강남 아파트 한 채, 그리고 과천 땅까지 모두 39억원 규모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는 공시가 기준이라 실거래가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선 박 차관 일가가 소유한 등촌동 건물과 땅만 시세로 200억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두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5·6 공급대책’ 때 준공업지역에 공공이 참여하는 순환 정비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이 정책의 수혜를 박 차관 일가도 받는게 아니냐는 것이 첫 번째 지적입니다. 준공업지역 개발 방식이란 공장용 부지에 규제를 풀어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짓게 해주는 겁니다. 준공업지역에 공장만 짓는 게 아니라 일정부분에 한 해 주택공급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죠.

두 번째 제기된 의혹은 증여 대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증여는 부모가 자녀에게 혹은 조부모가 손주에게 합니다. 하지만 박 차관의 부친은 공장과 부지를 증여하면서 아들인 박 차관이 아닌 박 차관의 부인, 즉 며느리에게 증여를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직자 재산공개 때 가능한 박 차관 명의의 재산을 적게 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지난 6일 늦은 저녁 입장문은 내놨습니다. 과천 소유 부지에 이어 두 번째 입장문입니다. 살펴보죠. 먼저 보유 경위입니다. 이 부지는 1978년 박 차관의 부친이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제조업체를 창업하면서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부친은 20여년간 공장을 운영했고 은퇴한 후에는 제조업체, 창고업체 등에 임대해왔다고 합니다. 2017년 12월 부친이 더 이상 공장을 직접 임대 관리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식 3명에게 3분의1씩 지분으로 증여를 했다고 합니다. 박 차관의 누나, 형 그리고 부인 이렇게 3명입니다.
박 차관의 배우자가 증여를 받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박 차관이 현직 공무원으로서 공장을 소유 및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공무원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합니다. 또 박 차관이 실제 공장 관리업무를 맡는 것이 불가능한 점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박 차관의 부인이 장기간 부친의 공장관리 업무를 도왔다고 합니다. 부양노력까지 감안해 며느리에게 증여를 한 것입니다. 이후에도 박 차관의 부인은 증여받은 공장 임대관리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시 지번, 준공업지역 등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점도 지적을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선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가 보유한 부동산 중 건물은 소재지를 읍면동 단위지역까지 관보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직자 재산등록 시스템에 구체적인 지번과 해당 건축물이 ‘공장’이라는 점을 명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2017년 12월 증여 후 공직자 재산공개가 처음 이뤄진 2018년 3월 등촌동 소재 공장 증여로 인해 추가된부분이 관보 게재 및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맞는 말입니다. 당시 언론 취재가 있었고, 박 차관은 며느리 증여에 대해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박 차관은 주택토지실장을 맡고 있었는데요. 언론에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이것일 겁니다. ‘5·6 공급대책’에서 나온 ‘준공업지역 내 공장이전 부지 활용 방안’에 의해 등촌동 공장부지가 수혜를 입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5·6 공급대책에서 정부는 대규모의 공장이전 부지에 공공과 민간이 합동으로 앵커산업시설을 조성한 후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주거·산업 복합사업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를 일부 완화했습니다. 산업시설 의무확보 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춘 것이죠. 또 산업시설 매입지원 기금융자 등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민관합동 복합사업모델에 국한해 적용되는 것을 뿐 준공업지역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박 차관은 밝혔습니다. 올해 하반기 서울시 조례 개정 후 공모를 통해 선정되는 민관합동 사업대상지에 한해 이 같은 내용의 규제완화와 자금지원이 이뤄진다는 뜻이죠.
쉽게 말해 준공업지역을 활용하는 사업은 대기업 등의 대규모 공장이 이전한 부지를 대상으로 산업지역과 주택단지를 융복합적으로 조성하는 겁니다. 때문에 박 차관 일가가 소유한 공장부지는 대상이 될 수가 없다고 박 차관은 주장했습니다.

박 차관 일가의 등촌동 공장부지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이해충돌 회피의무’입니다. 이에 대해서 박 차관은 “대책의 세부내용에 대한 입안작업은 실무진에 의해 이뤄진다”며 “또 준공업지역 주택공급계획을 주도적으로 입안하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식 발표된 5·6 대책의 내용 또한 박 차관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박 차관이 입장문에서 밝힌 대로, 등촌동 공장의 취득 과정이나 이번 주택공급대책과 관련한 이해충돌이 있어 보이진 않는 것 같습니다. 박 차관은 이에 앞서 과천에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관련해서도 한 차례 홍역을 치렀습니다. 과천시 과천동 소재 2519㎡ 면적의 땅의 절반을 갖고 있는데요. 이 부지가 2018년 12·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발표한 미니 신도시급 공급계획에 포함됐기 때문이죠. 이 지구는 과천동과 주암·막계동 일대 155만㎡에 7000가구가량 공급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 부지 역시 부친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입니다. 총 보유기간이 거의 50년에 달합니다. 박 차관은 지난 1일 “실제 신도시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 있어서는 해당 과정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는 만큼 담당 실장이 아니어서 어떠한 내용도 알 수 없었다”며 “계획이 발표되기 나흘 전 차관으로 부임하면서 신도시 계획을 보고받아 처음 계획을 인지했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 또 과천에 이어 등촌동 공장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종합적인 상황을 보면 박 차관의 부친께서 1970년대 사업가로 활동하시던 기간에 취득한 부동산들이 최근 자녀에게 증여되는 과정에서 언론과 시만단체의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실제 사실과 관련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불법 혹은 탈법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선 억울함을 느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국토부에서 주택토지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차관 자리까지 오른 만큼 상당한 재력을 가진 고위 공무원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충분한 검증 없이 무작정 의혹 제기부터 하는 방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주택시장에 혼란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