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보험설계사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보험업계가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비대면 영업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게 골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채널 위기 극복 방안을 제안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험설계사의 대면영업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졌다”며 “비대면 영업 채널 활성화를 통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은 가입 기간이 길고 구조가 복잡한 상품이 많아 보험설계사들의 역할이 큰 편이다.

생명보험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개발한 각종 신기술을 보험 가입 과정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보험 계약에 관한 사항을 인공지능(AI) 음성봇이 대신 전달하도록 허용해달라는 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화로 보험 내용을 설명할 때 말이 너무 빨라 이해하기 어렵다는 고객 항의가 많은데 AI 음성봇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설명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문서로 확인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해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모바일로 청약할 때 각종 동의서 등 여러 서류에 일일이 서명해야 하는데 서명 횟수를 단축할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도 보험업계의 요구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텔레마케터가 영업하면 가입은 물론 계약 유지까지 텔레마케터가 책임지는 구조인데 영업은 텔레마케터가 하더라도 가입은 모바일로 한다든가, 모바일을 통해 가입 의사를 밝히더라도 텔레마케터가 설명해주는 등의 유연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보험업계의 요구를 면밀히 검토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허용해주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가 보험의 중요 계약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최소 한 번은 반드시 가입자를 만나도록 한 의무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이미 면제해줬다”며 “보험 가입자와 보험설계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규제 완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