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자산이 220조원을 웃도는 국내 최대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가 결제와 송금 분야로 ‘금융 영토’를 대폭 넓힌다. 결제와 송금으로 시작해 자산관리로 나아간 일반적인 핀테크업계와는 반대 방향이다.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행을 지렛대 삼아 모든 금융 분야를 포괄하겠다는 포부다.

연내 PLCC ‘빨대카드’ 출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뱅크샐러드(법인명 레이니스트)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롯데카드와 손잡고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인 ‘빨대카드’ 출시를 계획 중이다. 대형 정보기술(IT)·유통업체의 간편결제 자회사가 아니라 스타트업 출신 핀테크 업체가 PLCC를 내놓는 것은 토스에 이어 두 번째다. PLCC는 일반 제휴카드와 달리 카드회사가 아니라 발주업체가 할인 혜택 등을 기획한다. 수익과 비용도 절반씩 분담한다.

뱅크샐러드는 이미 빨대카드의 사전 수요조사도 진행했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SNS 광고를 통해 기획 중인 혜택도 일부 공개했다. 카드는 할인 혜택에 집중될 전망이다. 결제액에 따라 매달 △카페 5만원 △배달 앱 1만원 △동영상·음악 스트리밍 3만원 △편의점 1만원 등 최대 1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뱅크샐러드가 2014년 카드 비교 사이트로 설립될 당시부터 지니고 있던 최대 강점인 ‘혜택 비교’는 자사 PLCC에도 적용한다. 앱의 ‘금융비서’가 실시간으로 받은 혜택을 알려주고 월말에는 최대 할인 가능 금액 달성률도 보여줄 전망이다.

그동안 간편결제 PLCC들은 할인 혜택을 내세웠지만 포인트와 ‘페이머니’라 불리는 캐시백이 대부분이었다. 포인트를 쓰기 위해 다시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게 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려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운영하지 않는 뱅크샐러드는 ‘포인트’가 아니라 진짜 ‘캐시백’으로 혜택을 꾸릴 전망이다.

금융권 “마이데이터 최대 수혜자”

뱅크샐러드는 연내 송금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뱅크샐러드는 그동안 라이선스가 있음에도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마이데이터 포털’이라는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뱅크샐러드는 올해 출시할 송금 서비스에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페이먼트는 소비자가 두 은행 간 송금 절차를 제3의 업체에 지시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거칠 필요 없이 송금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사업 시행으로 뱅크샐러드의 몸값도 뛰고 있다. 사업 시행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뱅크샐러드가 사업 필요성을 역설하며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사업 시행에 권대영 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과 김태훈 대표(사진)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회사 조직과 플랫폼을 마이데이터에 최적화한 뱅크샐러드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면 금융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