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서기 2000년 꿈을 이루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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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 신한은행장 okjean@shinhan.com >
![[한경에세이] 서기 2000년 꿈을 이루는 미래](https://img.hankyung.com/photo/202009/07.23652768.1.jpg)
사실, 상상력의 진정한 끝판왕은 한국에 있다. 몇 년 전 이정문 화백의 1965년작(作)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기자동차, 원격진료, 태양광 주택 등 지금 우리의 삶이 한 컷 만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마트폰과 똑 닮은 ‘TV전화기’는 프로레슬링을 마음껏 보고 싶은 개인적 소망과 군인들이 길거리에서 사용하는 무전기가 만나 탄생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상상의 조합이 반세기 너머의 현실을 정확하게 그렸다. 지금이라도 ‘백 투 더 퓨처’의 감독이 이 화백 그림을 본다면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기본과 원칙은 중요하다. 고객의 자산을 지키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디지털 확산으로 ‘금융’의 영역이 한없이 넓어지며, 생존에 필요한 역량도 바뀌었다. 검증된 성공 방식이 앞으로의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 한계를 단정 짓지 않고 생각을 펼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기 미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기다려요,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가수 민해경 씨가 1982년 발표한 ‘서기 2000년’이라는 가요의 마지막 구절이다. 약속이나 한 듯, 이 화백의 작품과 같은 해를 노래한다. 만화 속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니 나름대로 그럴싸하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격 진료로 울상인 한 명을 제외하면) 누구 하나 슬프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세기를 향한 염원은 당시 시대상과 대비돼 오히려 더 밝고 희망차다. 우리가 그려야 하는 미래의 결론은 첨단기술이 아닌 ‘모든 꿈을 이루는 것’임을 깨닫는다.
대한민국 금융의 상상력도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기술 진보를 통해 놀라운 경험을 만들고, 우리의 성과가 모두의 꿈으로 이어지는 미래를 그려본다. 더 많은 ‘상상’을 모으기 위한 고민도 함께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