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칼라일, 국내 금융에 잇단 대규모 투자 그 뒤엔 한국계 이규성 CEO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의 한국 내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공동대표였던 한국계 이규성 대표(55·사진)가 최근 미국 본사의 단독대표에 오르면서 한국 내 칼라일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불과 2년여 전까지 칼라일은 글로벌 위상에 비해 한국에서의 활동이 많지 않은 PEF였다. 2018년 ADT캡스를 3조원 넘는 값에 팔아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편이다.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칼라일은 지난 6월 KB금융지주에 2400억원어치 교환사채(EB) 투자를 단행했다. 한미은행 이후 20년 만에 이뤄진 국내 금융회사 투자였다. 7월에는 코리안리와 함께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공동재보험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또 신한대체투자자산운용과 보험투자 솔루션을 개발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신규 크레딧 전략 자금을 모집하는 등 크레딧과 인프라 분야 펀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칼라일 대표 자리에 오르기 전과 후로 칼라일의 활동 양상이 뚜렷이 나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210억달러(약 265조원·6월 말 기준)를 주무르는 칼라일의 ‘넘버 원’ 자리를 한국계 경영자가 차지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8년 이 대표가 공동대표 자리에 오른 뒤 칼라일은 그동안 영국 런던, 홍콩 등에서 주최하던 콘퍼런스를 서울에서도 열기 시작했다. 작년엔 이 콘퍼런스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을 초청해 대담을 했다. 탄탄하게 다진 국내 네트워크 덕에 빠르게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주특기 중 하나는 금융 부문 투자다. 대형 보험사 아치캐피털그룹, 재보험사 르네상스리 등 보험 투자 경력이 많다. 아치에서는 36세부터 18년간 이사회 구성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2013년 칼라일로 넘어와 그가 빠른 속도로 조직을 장악하고 단독대표까지 오른 것도 보험과 크레딧 등 분야에서 성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그는 보험사의 30년 넘은 적립금을 인수해 보험 사업에서 이익을 얻고 초장기 자산운용의 기반으로 삼는 전략을 자주 쓴다. 투자 후 3~5년 내에 성과를 본 뒤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다시 출자자(LP)를 확보하길 거듭해야 하는 PEF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회사에 투자해서 수십 년도 기다릴 수 있다. 칼라일이 작년 AIG의 재보험 사업부문(포티튜드리)을 사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대표의 리더십을 분석한 기사에서 “이 대표가 아시아 경제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칼라일이 아시아 금융 서비스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