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2600억달러(약 308조원)의 현금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했지만 뚜렷한 소비 진작 효과는 보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 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연구소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급된 현금의 약 40%만 실제 소비로 이어졌고, 나머지는 저축하거나 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올리비에르 코이비온 텍사스대 경제학과 교수, 마이클 웨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미국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재난지원금이 실제 소비로 이어진 금액이 4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식음료 및 내구재 구매, 의료지출 등을 합한 규모다. 나머지 31%는 대출 상환에 쓰였고, 27%는 저축에 투입됐다. 재난지원금의 첫 번째 목표가 소비진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그나마 소비 비중이 높은 것은 저소득층이었다. 연소득 5000달러 미만인 사람들은 재난지원금 중 60% 이상을 소비했지만, 연소득 5만달러 이상은 그 비중이 40%를 밑돌았다. 가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5%만 “재난지원금을 주로 소비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반면 “저축했다”는 응답자는 33%, “대출을 상환했다”는 비중은 52%에 달했다.

현금지급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여행과 쇼핑, 외식 등 소비활동 전반이 멈춰선 상황에서 마땅한 소비처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 정부는 지난 3월 2조2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성인 기준 인당 최대 1200달러(약 143만원), 미성년자 인당 5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미 국세청에 따르면 1억5900만 건, 2650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