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지자체 최초로 지역 맥주 개발해 출시…양조장도 건립 예정
[톡톡 지방자치] 구포맥주로 동네 알리고 지역 경제도 살리고
일제강점기 이후 교통 요지였던 부산 북구 구포는 과거 밀 집산지였다.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밀을 주원료로 한 저렴한 가격의 국수가 지역 대표 먹거리가 됐지만 지금은 점포 몇 곳만 겨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구포 국수가 명성을 잃으면서 자연스럽게 구포 하면 떠올랐던 밀도 잊혔다.

북구는 지역 대표 식품이었던 밀을 주제로 다시 지역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북구가 시작한 사업은 '밀당 프로젝트'다.

밀로 만드는 국수, 빵, 맥주가 '밀당 프로젝트' 후보군에 올랐다.

모두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지만 북구는 먼저 맥주를 택했다.

그중에서도 시대 흐름에 맞게 수제 맥주로 동네를 알리기로 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소주가 해당 지역에서 유명하듯 이 지역을 대표 할 수 있는 수제 맥주로 동네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는 우선 부산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 브랜드인 갈매기브루잉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포 역사를 간직한 구포 만세거리에는 지난해 펍인 밀당 브로이가 문을 열고 갈매기브루잉이 운영을 맡았다.

밀당 브로이에서는 부산 지역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만날 수 있고 '구포 맥주'도 개발된다.

지자체가 지역업체와 손잡고 직접 맥주펍 운영에 뛰어든 것이다.

지자체가 지역 홍보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 이름을 딴 수제 맥주를 만드는 업체를 지원해준 사례는 있지만, 지자체 주도로 지역 맥주를 만들고 펍을 운영한 경우는 없었다.

올해는 전국 최초로 지역 역사를 담은 지역 맥주를 개발해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구포 만세 329 맥주는 북구와 위탁 계약한 부산 최초 수제 맥주 업체인 갈매기 브루잉이 레시피 개발과 생산을 맡고, 동서대 디자인 대학이 브랜딩을 맡았다.

1919년 3월 29일 구포시장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부각해 맥주 이름을 구포만세 329로 지었다.

구포만세 329는 밀과 맥아를 사용한 IPA 맥주로 강인함, 성취, 독립의 의미가 담겼다.

처음에는 다소 맥주 특유의 쓴맛이 나는데 곧이어 열대과일 향이 느껴진다.

이는 맥주에서 만세운동에 이은 독립 성취를 표현한 것이다.

지역 맥주에 지역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구포만세 329는 북구 구포동에 위치한 수제맥주 펍 밀당브로이와 갈매기 브루잉 부산 6개 지점에서 마실 수 있다.

반응도 뜨거웠다.

1차 생산분은 모두 팔렸다.

밀당 브로이에서 지역 음식을 포장해와 먹을 수 있도록 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북구는 더 나아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구포 맥주를 직접 생산해낼 수 있는 양조장도 만들고 있다.

양조장은 게스트하우스와 연계해 관광객들에게 구포 맥주를 만들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구포 맥주는 구포나루 축제 등 지역 축제에서 판매돼 지역을 알리는 마스코트 같은 역할도 할 예정이다.

북구는 올해 안에 구포의 특성을 살린 또 다른 맥주를 출시해 구포 수제 맥주를 하나의 문화와 관광자원으로 발전 시켜 나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