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를 앞둔 반도체 업계가 생산효율 고민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덕에 내년 낸드플래시 호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공급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공정이 복잡한 차세대 제품이다. 제조 시간은 길어지고 수율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출시예정인 낸드플래시 신모델 7세대 V낸드를 더블스택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세대 낸드가 싱글스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6세대 128단 V낸드까지는 싱글스택으로 제조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왔다. 128단으로 쌓아올린 셀에 구멍을 한 번에 뚫어 제조하는 방식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간에 철골 구조물을 덧대지 않고 건물을 쌓아올린 것과 같은 수준으로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더블스택으로 바꾸면 칩을 둘로 나눠 각각 구멍을 뚫은 뒤 합치는 방식으로 제조하게 된다. 공정 단계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같은 시간 안에 제조할 수 있는 제품 수가 줄어든다.

반도체업계에서는 160단 이상부터는 싱글스택 기술에 한계가 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더블스택으로 생산할 정도면 경쟁업체들은 더블스택조차 어렵다는 의미”라며 “최대 네 번에 걸쳐 구멍을 뚫는 쿼드러플 스택으로 제조하는 업체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낸드 수요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시간이 늘면서 저장해야할 데이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교체수요와 게임기 등 비대면 전자기기 수요가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저장장치인 SSD는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SSD 수출금액은 1월 6억8900만달러에서 지난달 10억1500만 달러로 8개월 간 47% 뛰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이 727억8800만달러(약 86조5813억원)로 올해(619억2000만달러)보다 17.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업체들은 낸드플래시 공장을 신설해 공급 차질에 대비하고 있다. 공장 규모가 커져 안정적으로 신모델을 생산할 때까지는 이전모델을 중점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중 경기 평택 낸드플래시 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곳에서 190단대 V낸드를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4분기 176단 3D 낸드를 출시하는 SK하이닉스도 내년 경기 용인에 122조원을 투자한 반도체 클러스터 첫 삽을 뜬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업계 생산효율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국내 업체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며 “낸드 수요가 공급을 초월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