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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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 기존 직장인 실업급여 계정을 함께 쓰기로 확정했다. 직장인과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를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계정 통합 방침을 강행한 것이다. 정부는 다만 자발적 이직도 실업으로 인정하기로 한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 수급 자격과 관련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강화하는 방안 마련을 시사했다.

'특고 고용보험 의무가입' 국무회의 의결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 종사자를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고 종사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직종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우선 전체 특고 종사자 중에서 노무 전속성(한 사업주에 속해 있는 정도)이 강한 직종부터 가입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노무 전속성이 강한 14개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고용보험 적용에 있어서도 이 기준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특고직종은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건설기계기사, 골프장캐디, 퀵서비스기사, 택배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다. 여기에 지난 1월 개정된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7월부터 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방문강사, 가전제품 설치기사, 화물차주가 추가됐다.

보험료는 임금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특고 종사자와 사업주가 공동부담하게 된다. 보험료율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이직일 전 24개월 간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다만 임금 근로자와 달리 소득 감소로 인한 자발적 이직도 실업으로 인정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특고 종사자에 앞서 예술인은 오는 12월10일부터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정부는 예술인을 시작으로 내년 중 특고 종사자, 이후 자영업자까지 아우르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2025년까지 완성하겠다는 목표로 연내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회보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직장인이 낸 돈으로 특고 실업급여' 강행…논란 되는 이유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줄여 전국민 고용안전망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기존 임금 근로자와 소속 기업이 낸 실업급여 계정과 특고 종사자의 계정을 합치는 문제다. 경영계에서는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특고 종사자와 근로자의 고용보험 재정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고 직종 특성 상 임금 근로자보다 실직이 잦을 가능성이 높아 자칫 직장인과 해당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를 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임의가입 대상인 자영업자 고용보험 재정이 근로자와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도 경영계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보험의 취지를 들어 경영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국무회의에 앞서 브리핑을 열고 "같은 임금 근로자라 하더라도 기간제와 정규직 보험료율이 다르지 않고, 사업장 규모별로도 보험료 차이를 두지 않는다"며 "공동의 위험에 대응하고자 하는 시스템 자체가 사회보험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할 때마다 계정을 분리한 적도 없기 때문에 두 계정을 분리해서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논란은 보험료 분담 비율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사업주와 특고 종사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특고 종사자는 임금 근로자와는 달리 사업 파트너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부담이 더 적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후 시행령에서 정할 사안이긴 하지만 해외 사례 등을 볼 때 비슷한 비율로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실장은 "(소속 근로자는 아니지만) 특고 종사자가 사업주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사업주와 특고 종사가가 비슷한 비율로 분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 논란이다. 개정안은 특고 종사자의 경우 소득이 줄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이직하는 경우도 실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현행 근로자 고용보험에서는 자발적 이직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도덕적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수정안 검토를 시사했다. 권 실장은 "특고 종사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기여기간(직전 24개월간 12개월 보험료 납입)은 임금 근로자(직전 18개월간 180일 납부)보다 길다"면서도 "실업 인정 범위나 보험료율을 달리하는 등 (입법 과정에서) 좀 더 논의가 되면 우려하는 부분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