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화웨이 틱톡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고사 작전’에 나선 미국에 맞서 중국 주도의 데이터 안보 구상을 내놨다. ‘중국이 기술을 도둑질하고 정보를 빼낸다’는 미국을 비판에 맞서 ‘친중(親中)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은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디지털 거버넌스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데이터 안보’ 구상을 발표했다. 왕 장관은 “중국 정부는 데이터 보안에 관한 원칙을 엄격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보안과 관련해선 ‘다자주의’와 ‘각국의 이익’을 강조하며 “일부 국가가 안전을 핑계로 공격하는 것은 노골적인 횡포”라며 미국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보호주의는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발표에 앞서 중국 외교관들이 다수의 외국 정부와 접촉해 이번 구상에 대한 지지를 구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다른 나라 외교당국에 보낸 사전 브리핑 자료에서 다수 국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글로벌 규칙과 표준 제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모든 국가가 데이터 안보를 ‘포괄적이고 객관적이며 증거에 기초한 방식’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때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까지 규제하는 가운데 나왔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디커플링이든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든 우리는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처럼 우리(미국)를 뜯어먹은 나라가 어디에도, 언제도 없었다”며 “중국은 우리가 준 돈을 군사력 강화에 쓰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