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축구에서 심판이 일방적으로 상대팀에게 유리한 편파판정을 할 때, 우리는 이런 심판을 '상대편 12번째 선수'라고 한다. 권순일 위원장이 딱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중앙선관위원장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는 일"이라며 "그러나 권순일 위원장은 총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현금살포에 버금가는 노골적인 금권 선거 지시를 했을 때 경고 한마디 하지 않는 등 여러 번 정부 편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그가 그간의 관례를 깨고 대법관 퇴임 후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하겠다고 한다"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잘 어울리는 선관위원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이 그나마 가능했던 것은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했기 때문"이라며 "대법관에게 선관위원장이라는 영예를 더해 주는 것은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선거라는 헌법 가치의 수호자가 되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법관 임기가 끝난 후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한다면 더 이상 행정부와 입법부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에, 심지어 군사정권하에서도 대법관 임기가 끝나면 선관위원장도 그만두는 관례가 자리 잡은 것"이라며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권순일은 선관위원장을 계속하기 위해서 연임 로비를 하며 다녔다고 한다"고 전했다. 안철수 대표는 "만일 대통령이 권순일 위원장을 연임시킨다면, 이것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사망 선고이자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뿌리째 흔드는 반민주적인 처사가 될 것"이라며 "뻔히 보이는 반칙에는 휘슬을 불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갖춘 선관위원장을 바라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인가"라고 반문했다.
안철수 대표는 "권순일 위원장은 선배 위원장들이 떳떳하게 지켜왔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국가 의전서열 5위에 걸맞은 아름답고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며 "이미 얻을 것 얻고 오를 데까지 오른 성공한 인생이지 않나. 무엇을 더 바라서 추한 모습을 보이려 하냐"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