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사진)이 '기본소득'을 위한 법안 발의에 나선다. 해당 법안이 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의안과에 제출될 경우 기본소득을 위한 발의 법안 1호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이 '선별 복지'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보여 발의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여의도에 기본소득 화두를 던졌던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은 원론적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선별 지급'을 기조에 두고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조정훈 의원의 안을 여야 의원들이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무차별·무조건·개별적·정기적으로 현금 지급"

조정훈 의원은 8일 기본소득 제정법 발의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의안과에 제출된 기본소득과 관련된 법안은 '기본소득도입연구를 위한 법률안'뿐이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제정법은 전무한 상태다.

조정훈 의원실이 작성한 발의안에 따르면, 조정훈 의원은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 및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동이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산업구조로 변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소득이 양극화되고 있다"며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다수의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내수가 부진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가행정력의 유한함과 선별적 복지의 제도의 본질적 한계에 부딪혀, 인권 사각지대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행정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소득 양극화와 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내수를 진작시키고 공유자원과 공공의 기여에서 나오는 부를 분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재원 마련 위해 중복되는 복지 정비해야"

조정훈 의원은 학계에서 요구하는 기본소득의 5대 원칙을 법안에 담았다. 기본소득 5대 원칙으론 △무심사 지급을 통한 무조건성 △집단 모두에게 지급되는 보편성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성 △가구가 아닌 개인에 지급되는 개별성 △현금 지급 등이 꼽힌다.

조정훈 의원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산·소득·노동 활동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일부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등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전(지역 화폐)을 지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이다. 조정훈 의원은 더불어시민당 출신의 범여권 인사로 분류되지만 중복되는 선별복지 제도나 조세 감면제도 등을 단계적으로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진보진영의 주장과는 대비되는 내용이다. 다소 우파적 성향을 갖는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전문적으로 기본소득을 연구해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경제혁신위 주최로 열린 혁신 아젠다 포럼 '분열과 절망을 딛고 미래로'에서 윤희숙 경제혁신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경제혁신위 주최로 열린 혁신 아젠다 포럼 '분열과 절망을 딛고 미래로'에서 윤희숙 경제혁신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과 김종인, '조정훈 표 기본소득' 받아줄까

관건은 거대양당의 선택이다.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당초 기본소득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즐비한 상태였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 기본소득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오르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표적인 '기본소득론자'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국면에서 '선별 복지가 신념'이라는 발언을 해 조정훈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복지 정책과 관련해 선별 기조로 가야 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데, 과잉 해석인가'라는 질문엔 "자기의 신념이란 건 있을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여의도에 제일 먼저 기본소득 화두를 던졌음에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한국형 기본소득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해 다음 선거에 공약으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현재 '국민의힘식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있는 경제혁신위원회는 중위소득의 50% 이하 가구에만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경제혁신위는 윤희숙 의원이 이끌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여야 모두 정치적 수사에만 머물지 말고 실제 국민들의 삶을 위한 기본소득 논의를 해봤으면 한다"며 "이 법안이 그 논의를 위한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낙연 대표를 향해선 "복지는 구제가 아니라 권리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다. 이를 기본소득으로 완성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국민의힘을 향해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이 정강정책 1호인 것을 자랑했다. 국회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