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마다 '거리두기' 신풍속도…"인건비 아끼고 감염위험 줄여"

"저희 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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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에 비대면 판매 확산…옷가게·사진관도 무인 운영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31) 씨는 지난달 중순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매장 입구에 '무인 운영중'이라는 비대면 판매 안내문을 내붙였다.

코로나19로 점원을 마주하기가 불안한 손님들을 배려해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전략이다.

이곳에서는 손님이 원하는 옷을 고른 뒤 해당하는 가격을 매장 내 기재된 계좌번호로 입금하면 된다.

박 씨는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며 쇼핑을 도와줄 점원은 없지만, 코로나19로 타인과 가까이 서서 대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무인 운영 소식을 반기는 손님이 많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작년 이맘때보다 반 토막 넘게 줄어들었는데 그나마 인건비를 아끼면서 고객의 감염 우려도 덜어주고자 생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커지자 이처럼 대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면 무인 체제로 바꾸는 사례부터 직원이 고객 응대를 자제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형태의 '거리 두기 매장'이 증가하는 추세다.

안경점과 같이 세심한 대면 서비스가 필수인 업종들 가운데서도 이제는 되레 고객 응대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안경점에서는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제품을 고를 손님은 '혼자 볼게요'라고 적힌 바구니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직원 응대가 불편한 손님을 위해 지난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제도였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지난 7월부터 '거리 두기 서비스'라고 이름 붙여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매장 방문을 꺼리던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수원시에 사는 김모(54) 씨는 "안경은 구입 전 직접 착용해봐야 디자인이나 도수 등이 내게 잘 맞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 쇼핑보다는 직접 안경점에 방문하는 걸 선호하지만, 최근 밀폐된 매장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겁나 매장 방문을 미루고 있었다"며 "직원 응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라면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손님을 위해 직원들이 자리를 비워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인천시 서구에 있는 한 사진관은 고객이 비대면 이용을 원할 경우 전 직원이 일정 시간 동안 스튜디오 바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는 일반인들도 블루투스 리모컨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인 사진기가 설치돼 있어 비대면 이용 고객은 직원과 통화하며 기기 조작법을 익히면 된다.

사진관을 홍보하는 SNS 게시물에는 '가끔 업무로 인해 직원이 사무실에 있을 수 있으나 문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놀라지 마세요' 등 고객을 안심시키려는 문구도 담겨있다.

고객들이 직원뿐만 아닌 다른 손님과 마주하는 일도 방지하기 위해 예약 간격은 1시간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이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모(35)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예약 인원이 절반가량 줄어들어 고민하던 차에 공간을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방문하는 손님들이 조금이나마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 고안한 아이디어"라며 "요즘도 직원 도움 없이 사진을 촬영하겠다고 하는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