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의도의 신선한 '초선 바람'
봄이 오면 천지는 산천의 꽃과 나무들로 붉고, 노랗고, 파랗게 물든다. 그리고 생명력이 넘쳐나는 계절, 각급 학교는 신입생을 받고 입학식을 한다. 언제나 신입생들은 기대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그래서 봄은 아름다운 희망의 계절이다.

늘 갈등과 정쟁으로 침울하고 긴장감 넘치는 여의도에도 봄이 왔다. 초선들이 입성한 것이다. 21대 국회는 의원 300명 중 절반이 넘는 151명이 초선이다. 20대 132명, 19대 148명, 18대 134명이었으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본의 아니게 과반이 돼버린 초선의 존재감은 정치적으로 가볍지 않다.

“관례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의원님들은 동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초선인 저희는 관례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설명해 주십시오.” 호기심 많고 모든 면에서 진지한 초선들은 무엇하나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지도부에 맡겨주십시오. 잘 판단해서 처리하겠습니다.” “힘든 결정과 책임을 지도부에만 맡길 수 없습니다. 같이 결정하고 같이 책임지겠습니다.”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초선에게 너무나 당연한 의사진행 발언이 선배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후 우리 당은 중요한 사안은 자유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아나가고 있다.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의 싹을 틔운 셈이다.

초선 바람은 국회의 새벽 공기도 바꾸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새벽 공부모임이다. 일과 중에는 각종 회의, 토론회, 행사, 국회 상임위원회 업무 등 일정이 산더미 같아서 이른 아침이 아니면 공부할 틈이 나질 않는다. 어느 주에는 5일 내내 아침 7시30분부터 샌드위치 스터디가 열린다. 야행성에 가까웠던 나는 강제로 ‘얼리 버드’가 됐다.

업무 진행 방식도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 전화, 팩스 그리고 보좌진의 보고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이뤄지던 의원실 사이의 소통이 메신저 단체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주도했다. 그 안에서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하고, 활발한 미디어·언론 활동을 하기도 하고, 각종 데이터를 공유하기도 한다. 현안에 대해서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한다.

국회·의원실·정당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미래형 디지털정당 프로젝트(D-LAb) 작업도 초선의원 14명으로 구성된 공부모임 ‘초심만리’에서 시작됐다. 최종 총대는 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인 내가 맡았다.

신선한 초선의 열정과 지혜로운 중진의 관록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나간다면 국회는 진정한 국민의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로 직업 정치인 103일 차다. ‘정치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어느덧 ‘내가 할 수 있는 정치는 무엇일까’로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 4년 뒤에도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풋풋한 초선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