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하는 조경수 감독의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 긴장감 넘치는 전개 등으로 해외 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받고 있는 수작이다. ‘애니메이션계 칸 영화제’로 불리는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경쟁부문을 비롯해 프랑스 에트랑제 국제영화제,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스페인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네이버 웹툰 인기 연재물을 6년간에 걸쳐 제작한 이 작품은 원작에 충실한 공포 스릴러물이다. 수술 없이 성형수만 바르면 연예인처럼 예쁜 얼굴과 몸을 가질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뚱뚱하고 못생겨 구박받던 예지는 어느 날 기적의 성형수를 접한 뒤 설혜라는 미인으로 탈바꿈한다. 뭇 남자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된 설혜는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하다. 우선 돈과 미모, 권력의 상관관계를 포착한다. 미모는 돈이자 권력이다. 이 세 가지 욕망은 만족할 줄 모른 채 커지기만 한다. 성형을 한 번 받은 주인공은 멈출 줄 모른다. 성형 중독에 빠져 점점 괴물이 돼간다.

극중 뛰어난 미모를 가진 인물들의 내면은 하나같이 엉망이다.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주인공의 외모 지상주의는 현대사회의 일등주의, 황금만능주의와 닿아 있다. 개인을 통해 사회적 문제점을 재치있게 짚어낸다.

예지의 불행은 타인과 비교하는 데서 시작된다. 1등만 쳐다보느라 자신의 매력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다. 예지는 자신이 못생겼기 때문에 무시받고 배척당한다고 믿지만 정작 자신을 혐오하는 것이 불행의 씨앗이라고 영화는 얘기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