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거래일 기준으로 나흘 만에 1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미국 대형 기술주가 조정을 받자 기회라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활용하던 ‘조정=매수 기회’라는 공식을 그대로 미국에서도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4일까지 해외 주식을 9억4796만달러(약 1조126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루평균 2816억원 수준이다. 8월 하루평균 해외 주식 순매수액(978억원)은 물론 사상 최대였던 7월 하루평균(1649억원)을 1000억원 이상 웃돈다.

이 기간 나스닥지수는 12,056.44에서 11,313.41로 6.16% 빠졌다. 조정을 많이 받은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매수 상위에 올랐다. 테슬라(4억9037만달러) 애플(2억5233만달러) 엔비디아(1억5707만달러) 아마존(1억2943만달러) 페이스북(2663만달러)이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이었다. 이들 5개 종목의 순매수액은 10억5583만달러(약 1조2549억원)로 전체 순매수액(9억4796만달러)보다 많다.

한국 개미들 "조정=매수기회"…테슬라 4.9억弗·애플 2.5억弗 담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폭락한 지난 3월 19일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패턴은 반복됐다. 주가가 하락하면 순매수하고, 오르면 차익을 실현했다. 지금까지는 ‘성공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경험을 갖고 눈을 해외로 돌린 국내 ‘개미’들이 미국 시장에서도 이 전략을 그대로 쓰고 있다.

미국 대형 기술주가 이들의 목표물이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이달 들어 지난 4일까지 16.05%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애플(-6.26%)을 포함해 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6.54%), 아마존(-6.71%) 넷플릭스(-2.55%) 구글(-2.97%) 등도 조정받았다. 그동안 미국 증시의 상승장을 주도한 종목이다.

애플·테슬라 조정받자…한국 개미들 나흘간 1조 샀다
한국 투자자들은 나흘간 테슬라 주식을 4억9037만달러(약 582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조정에 맞섰다. 지난달 말 36억4785만달러(약 4조3289억원)였던 한국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보유 규모는 38억7968만달러(약 4조6040억원)로 늘었다. 한국 투자자들의 테슬라 지분율은 0.99%에 달한다.

애플도 2억5233만달러(약 2995억원)어치나 샀다. 한국 투자자의 애플 주식 보유 규모는 20억210만달러(약 2조3758억원)로 사상 첫 20억달러대를 기록했다. 실적 안정성이 높은 애플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단순히 ‘묻지마식 매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가 순매수액 1억5707만달러(약 1863억원)로 뒤를 이었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 신제품을 내놓자 GPU 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다. 이때 주가가 조정받자 한국 투자자들은 재빠르게 순매수로 대응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저가 매수 전략이 계속 맞아떨어질지는 미지수다. 테슬라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며 조정의 폭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6일에는 미국 주식투자 리서치업체 뉴컨스트럭트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를 놓고 “월가에서 가장 위험한 주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