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의 급격한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자 은행권이 신용 대출 창구를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출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낮추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섣불리 금리를 조정해 돈줄을 조일 경우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날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1.99~2.97%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124조274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올 들어서만 10조2935억원이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과도한 신용대출이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당부했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달에도 "주식, 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앞으로 시장 불안 시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사 차원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집을 사려는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를 위해서라도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세를 막아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용도를 정확히 구별하긴 힘들지만 상당 부분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의 주택자금 전용을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금융당국의 경고가 계속되는 만큼 신용대출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신용대출 증가의 원인을 은행권 실적 경쟁으로 돌리는 건 사실상 은행권에 신용대출을 조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했다.

시중은행이 금리와 한도를 조정할 경우 당장의 신용대출 잔액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신용 등급이 낮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이나 대부 업체로 밀려날 수 있다. 7월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16%로 시중은행의 5배가 넘는다. 대부 업체의 평균 금리도 6월 말 기준 17.9%다.

"주택자금 전용 막는데 집중해야"

신용대출 창구를 조이는 것보다 주택자금 전용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거나 신용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현재 주담대 취급 후 3개월 내에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주택구입 목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을 먼저 받은 뒤 시차를 두고 주담대를 받을 경우 전용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