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 심야시간(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주요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조각치킨 등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전월보다 37.2% 증가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 심야시간(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주요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조각치킨 등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전월보다 37.2% 증가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 직장인 지영원(34세·가명)씨는 지난주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아침을 챙겨먹기 시작했다. 전날 장보기앱(운영프로그램)이나 새벽배송으로 배달한 가정간편식(HMR)을 데워먹거나 샌드위치를 챙긴다. '식후 커피'도 배달의민족 등 앱으로 해결한다. 지 씨는 "교통비보다 식비가 많이 늘어났지만 간편하게 끼니를 챙길 수 있어 만족한다"며 "예년이었으면 가을옷을 장만했겠지만 올해는 재택근무를 고려해 의자를 새로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재택근무자가 다시 늘면서 아침 식사 간편식 수요가 늘었다. 밤 9시 이후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편의점은 야식 대용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크게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생활상이 더 비대면(언택트)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2.5단계…아침엔 간편식·심야엔 편의점 배달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 일주일(8월 30일~9월 5일)간 장보기 앱(운영프로그램) 마켓컬리에서 아침식사 관련 식품 판매량이 28% 증가했다. 사진=컬리 제공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 일주일(8월 30일~9월 5일)간 장보기 앱(운영프로그램) 마켓컬리에서 아침식사 관련 식품 판매량이 28% 증가했다. 사진=컬리 제공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 일주일(8월 30일~9월 5일)간 장보기 앱(운영프로그램) 마켓컬리에서 아침식사 관련 식품 판매량이 28% 증가했다.

수프가 87% 증가하며 전체 증가율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선식류 상품 판매량도 57% 증가했다. 시리얼과 에너지바 제품 판매량도 각각 26%, 21% 뛰었다.

베이커리류 판매량도 41% 뛰었다. 채소가 들어 있어 아침식사로 좋은 샌드위치는 32%, 샐러드는 30% 증가했다. 베이글, 모닝롤의 판매량도 각각 75%, 64% 증가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재택근무, 집콕 트렌드 등이 강화되면서 아침식사 관련 식품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간단하게라도 아침 식사를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음식점들이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심야시간 편의점에서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늘었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 심야시간(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주요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조각치킨 등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전월보다 37.2% 증가했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상품군 중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지역별로 2.5단계 거리두기로 격상된 서울 및 수도권 편의점에서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38.2% 늘었다. 지방 편의점에서는 31.6% 증가했다.

이는 심야에 주점, 음식점 등이 문을 닫자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구매해 집에서 먹는 수요가 부쩍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편의점에서도 오후 9시 이후 점내 취식이 금지됐지만 포장 구매와 배달 등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CU 관계자는 “편의점 즉석조리식품은 평소에도 점포 내 취식보다 포장 구매 고객이 대부분이고, 최근에는 다수 편의점들이 24시간 배달서비스를 하면서 대면 접촉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간단한 야식 메뉴들의 인기도 높았다. 파스타, 콩국수, 볶음면 등조리면 매출이 36.9% 늘었고, 피자, 떡볶이, 수제비 등 냉장간편식은 29.6% 증가했다. 죽·스프류 28.2%, 냉동만두 26.9%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 인기가 늘었다.

과자류에서는 팝콘 매출이 24.9%로 가장 많이 늘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등 이용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CU는 풀이했다.

커피를 배달해 먹는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한 커피빈의 8월 배달 관련 주문량은 7월 동기보다 154% 증가했다. 이는 7월 운영 매장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로 8월 배달 서비스 도입 매장까지 포함하면 주문량은 247% 급증했다.

커피빈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자택이나 회사에서 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했다"며 "전체 주문량에서 주거 단지에 입점한 매장의 비중이 41%를 차지해 재택근무, 집콕족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했다.

"사람 만날 일 없는데"…외모보다 가전 가구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해당 홈쇼핑에서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6일까지 상품 판매를 분석한 결과, 주얼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해당 홈쇼핑에서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6일까지 상품 판매를 분석한 결과, 주얼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재확산 속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꾸밈'에는 비용을 덜 들이고 가정 내 전자제품과 가구 등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롯데홈쇼핑이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6일까지 상품 판매를 분석한 결과, 주얼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감했다.

같은 기간 가방, 신발 등 패션 잡화 판매는 20% 줄었고, 이·미용 제품 판매도 13% 감소했다.

여행상품 판매는 80% 추락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인기를 끈 스포츠·레저용품 판매도 40% 줄었다.

반면 가전제품과 위생용품 수요가 두드러지게 늘었다.

청소기와 스타일러 등 생활가전 판매가 2배 증가했고, 주방용품 주문도 9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달 가구 매출이 39.1% 신장했다. 8월까지 올해 누적 가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7% 뛰었다.

유형주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은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실내생활 관련 상품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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