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농업계vs정유업계' 갈등서 농업계 편들었다…"팜벨트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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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연료법 면제 소급 신청 거부해라" 지시
그간 석유업계-옥수수농가간 로비전 치열
'바이든과 경쟁서 농가 민심 잡아야' 의식한 듯
그간 석유업계-옥수수농가간 로비전 치열
'바이든과 경쟁서 농가 민심 잡아야' 의식한 듯
오는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농업계와 정유업계 사이 바이오연료 갈등에서 농업계 편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주요 지지 기반인 중서부 농업지대 '팜벨트' 지지층을 잡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유사 바이오연료법 면제 확대 안해"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오연료 혼합의무제도(바이오연료법) 면제권 소급 적용을 신청한 미 정유회사들의 요청 수십건을 거부하라고 미국 환경청(EPA)에 지시했다. 로이터통신은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바이오연료법 갈등이 팜벨트 일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이같은 결정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간 미국 에너지기업과 옥수수생산업계는 미국 바이오연료법 적용 문제를 두고 서로 로비 대결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팜벨트 대표 지역 중 하나인 아이오와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농가 편을 들지 않을 경우 재선이 어려울 것이란 압력이 크게 일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인 조니 언스트 공화당 의원도 본인의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트럼프 행정부에 정유회사 요청을 거절하라고 물밑 작업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에 따라 바이오연료법을 둔 정유업계의 노력은 끝이 났다"고 분석했다.
◆"옥수수 연료 써라 vs 돈 많이 들어" 갈등
미국 정부는 2005년 바이오연료 혼합의무제도를 시행했다. 정유사에서 휘발유나 경유 등 차량 연료를 생산할 때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를 일정 비율 섞어쓰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만일 바이오연료를 섞어쓰지 않을 경우엔 업계에서 '바이오연료 크레딧'을 구입해야한다. 기업간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것과 비슷한 식이다.
바이오연료법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미국 경제 주요 기반인 농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등 농작물이라서다. 그간 바이오연료 수요는 미국 중서부 농가 주요 소득원으로 부상했다.
반면 정유업계는 이 제도를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원유만으로 연료를 만드는게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향후 에너지시장에서 석유제품의 경쟁 상품이 될 전망인 바이오연료 산업을 지원한다는 점도 정유업계가 바이오연료법을 꺼리는 이유다. 중소 정유기업의 경우엔 연방정부로부터 바이오연료법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정유업계에 이같은 면제권을 대거 내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내준 면제권은 기존 대비 네 배에 달한다. 이를 두고 옥수수 농가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예외를 인정해준다며 에탄올 수요를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양 업계간 갈등은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월 미국 법원은 2010년 이후 소규모 정유사에 부여된 면제권이 기존 면제권의 연장선상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최근 각 정유사가 EPA에 소급 적용을 신청한 배경이다.
미국 정유업계와 농가간 바이오연료 갈등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운송용 연료 등 에너지 수요가 크게 꺾이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육가공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축산 농가가 타격을 받자 미국 농가가 옥수수를 팔 판로는 크게 줄었다.
◆'바이오연료 갈등 회피' 트럼프, 맘 바꾼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바이오연료 갈등을 건들이지 않은 채 정유업계와 농가 각각에 '달래기 정책'을 펴왔다. 지난 7월말엔 서부 텍사스를 방문해 일대 석유 시추장비 등을 둘러본 뒤 "석유업계의 노고 덕분에 미국이 에너지 업계 '수퍼파워'가 됐다"며 "내가 대통령을 하는 동안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달엔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농가 지원을 더욱 늘리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급히 농가 편을 든 이유는 석유업계보다 농가 쪽 민심을 잡아두는게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팜벨트 표심은 라이벌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쪽으로 돌아서기 쉽지만, 석유업계는 아니라서다.
그간 탄탄한 '트럼프 표밭'이었던 팜벨트 민심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타격 이후 서서히 돌아서는 분위기다. 지난 7월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농촌 지역 유권자의 40%가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9% 지지를 받았다.
반면 정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대신 바이든 후보를 택하기 어렵다. 바이든 후보는 앞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2조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인프라·에너지 부문을 친환경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달엔 "농부들을 돕기 위해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에너지 산업을 대거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석유기업 추가 시추권은 일부 제한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석유기업 대신 농가 편에 선 셈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트럼프 "정유사 바이오연료법 면제 확대 안해"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오연료 혼합의무제도(바이오연료법) 면제권 소급 적용을 신청한 미 정유회사들의 요청 수십건을 거부하라고 미국 환경청(EPA)에 지시했다. 로이터통신은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바이오연료법 갈등이 팜벨트 일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이같은 결정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간 미국 에너지기업과 옥수수생산업계는 미국 바이오연료법 적용 문제를 두고 서로 로비 대결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팜벨트 대표 지역 중 하나인 아이오와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농가 편을 들지 않을 경우 재선이 어려울 것이란 압력이 크게 일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인 조니 언스트 공화당 의원도 본인의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트럼프 행정부에 정유회사 요청을 거절하라고 물밑 작업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에 따라 바이오연료법을 둔 정유업계의 노력은 끝이 났다"고 분석했다.
◆"옥수수 연료 써라 vs 돈 많이 들어" 갈등
미국 정부는 2005년 바이오연료 혼합의무제도를 시행했다. 정유사에서 휘발유나 경유 등 차량 연료를 생산할 때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를 일정 비율 섞어쓰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만일 바이오연료를 섞어쓰지 않을 경우엔 업계에서 '바이오연료 크레딧'을 구입해야한다. 기업간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것과 비슷한 식이다.
바이오연료법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미국 경제 주요 기반인 농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등 농작물이라서다. 그간 바이오연료 수요는 미국 중서부 농가 주요 소득원으로 부상했다.
반면 정유업계는 이 제도를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원유만으로 연료를 만드는게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향후 에너지시장에서 석유제품의 경쟁 상품이 될 전망인 바이오연료 산업을 지원한다는 점도 정유업계가 바이오연료법을 꺼리는 이유다. 중소 정유기업의 경우엔 연방정부로부터 바이오연료법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정유업계에 이같은 면제권을 대거 내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내준 면제권은 기존 대비 네 배에 달한다. 이를 두고 옥수수 농가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예외를 인정해준다며 에탄올 수요를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양 업계간 갈등은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월 미국 법원은 2010년 이후 소규모 정유사에 부여된 면제권이 기존 면제권의 연장선상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최근 각 정유사가 EPA에 소급 적용을 신청한 배경이다.
미국 정유업계와 농가간 바이오연료 갈등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운송용 연료 등 에너지 수요가 크게 꺾이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육가공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축산 농가가 타격을 받자 미국 농가가 옥수수를 팔 판로는 크게 줄었다.
◆'바이오연료 갈등 회피' 트럼프, 맘 바꾼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바이오연료 갈등을 건들이지 않은 채 정유업계와 농가 각각에 '달래기 정책'을 펴왔다. 지난 7월말엔 서부 텍사스를 방문해 일대 석유 시추장비 등을 둘러본 뒤 "석유업계의 노고 덕분에 미국이 에너지 업계 '수퍼파워'가 됐다"며 "내가 대통령을 하는 동안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달엔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농가 지원을 더욱 늘리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급히 농가 편을 든 이유는 석유업계보다 농가 쪽 민심을 잡아두는게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팜벨트 표심은 라이벌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쪽으로 돌아서기 쉽지만, 석유업계는 아니라서다.
그간 탄탄한 '트럼프 표밭'이었던 팜벨트 민심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타격 이후 서서히 돌아서는 분위기다. 지난 7월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농촌 지역 유권자의 40%가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9% 지지를 받았다.
반면 정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대신 바이든 후보를 택하기 어렵다. 바이든 후보는 앞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2조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인프라·에너지 부문을 친환경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달엔 "농부들을 돕기 위해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에너지 산업을 대거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석유기업 추가 시추권은 일부 제한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석유기업 대신 농가 편에 선 셈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