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 중인 스마트폰용 패널 모듈에도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 공급 중단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오는 15일부터 중국 화웨이 대상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잠정 중단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의 반도체를 붙인 모듈 형태로 화웨이에 납품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15일부터 ‘미국 기술 및 장비를 이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라이선스’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는 걸 막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감안하면 화웨이 납품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출하량의 약 10%, LG디스플레이의 약 5%가 화웨이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2019년 시장 보고서를 근거로 추산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약 1조5000억~2조원, LG디스플레이는 600억~700억원 상당의 매출을 화웨이에서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의 상황도 디스플레이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대(對)화웨이 매출은 약 7조원, SK하이닉스는 3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라이선스를 요청했지만 업계에선 “발급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들은 화웨이를 대체할 수요처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화웨이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화웨이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가져갈 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 같은 스마트폰업체의 반도체·패널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이미 중국 법인을 중심으로 고객사 관리 및 주문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주요 메모리 반도체업체 간 화웨이 대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화웨이 공급 중단 이후가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