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인투자자의 위상이 달라졌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순매수로 증시 버팀목이 되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뒤를 따라가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부와 정부정책 변화에 발빠르게 반응하며 ‘테마’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투자는 수익률로도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 개인투자자의 수급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스마트 개미'가 사들인 종목이 뜬다

개인 수급 분석하는 시장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2.2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11% 급락했다. 하지만 9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09%, 1.0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순매도할 때 개인은 코스피에서 5134억원, 코스닥에서 15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원칙 없이 저가 매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 확산 정도에 따라 전략을 바꿔가며 주도주를 만들었다. 코스피지수가 1457.64까지 떨어진 3월에는 삼성전자를 약 5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웬만해서 망하지 않을’ 대형주에 집중한 것이다. 4~5월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비대면 관련주’에 투자했다. 카카오네이버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5월 개인 순매수 종목 중 월간 수익률 1위는 카카오(43.2%), 3위는 네이버(14.4%)였다.

테마 주도하며 수익률 내는 개인

6월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는 경기민감주로 눈을 돌렸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철강 조선 기계 등 종목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조선3사가 카타르와 대규모 LNG 운반선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이때 나왔다. 이 시기 개인 순매수 종목 중 월간수익률 1, 2, 5위는 두산인프라코어(39.4%) 삼성중공업(23.6%) 두산밥캣(11.0%)이 차지했다.

7월에는 미국 내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이 시기 개인투자자들은 다시 바이오와 비대면 관련주로 이동했다. SK케미칼(109.3%), 녹십자(53.4%), 카카오(28.4%) 등이 한 달간 높은 이익을 거뒀다. 정부가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8월에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다. 개인 순매수 종목 중 8월 수익률 상위 종목에는 현대차(39.5%), LG화학(30.3%), 카카오(18.5%)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개인이 관심 가질 만한 종목은…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개인이 관심을 두는 종목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확률상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선순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통계적으로도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컸다. 지난 7일 기준 개인 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종목 중 수익을 낸 종목 수는 60%를 넘었다. 개인의 영향력은 소형주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대형주와 중형주의 경우 67%와 62%, 소형주는 76% 확률로 수익을 냈다.

투자자 예탁금 규모가 59조원으로 불어난 데다 저금리로 대출이 쉬워진 만큼 당분간 개인투자자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풍력·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종목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개인투자자의 취향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고성장 종목’에 맞춰져 있는 만큼 이런 종목을 미리 발굴하는 것도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