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의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자금과 부동산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들이 빚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 '영끌'…지난달 증가폭 5.7조 '사상 최대'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8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1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증가폭은 월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가장 컸다.

유형별로는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이 지난달 말 251조300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5조7000억원 불었다. 월간 기준으로 역시 최대 증가폭이다. 이달 1~2일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는 개인들이 증거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늘린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57조5543억원 규모의 증거금이 몰렸다. 지난 6월 진행한 SK바이오팜 공모주 과정에서 몰린 증거금 30조9889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개인들은 공모주는 물론 주식도 쓸어 담았다. 지난달에만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종목 7조68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가계대출 중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95조9000억원으로 6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 2월(7조8000억원) 후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이 불어난 것은 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7월 연 2.62%로 전달에 비해 0.05%포인트 내리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일반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각각 연 2.92%, 연 2.45%로 모두 최저수준이다. 8월 시장금리가 7월에 비해 내려간 만큼 대출 금리 하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961조원으로 5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전달(8조4000억원)보다 감소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178조3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조1000억원 늘어난 782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