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누굴 고객으로 삼든 정부가 뭔 상관" [박종서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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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일)는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들이 제법 바빴습니다. 대부업법과 신용정보업법 등을 합쳐서 만드는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이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아침 조간을 살펴보니 저마다 큼직하게 보도를 했습니다. 저도 가세했습니다. 법안의 내용은 빚독촉을 줄이고 빚탕감을 쉽게 해주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담당 공무원들이 소비자신용법안을 내놓기 위해 수개월간 고생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여기에서 따로 정책과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를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채무조정 의무화와 추심압박 완화는 분명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겠지요. 정책이라는 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아닙니까. 금융회사들이 연체채권을 냉혹하게 관리하면서 과도한 추심에 내몰린 피해가 엄연히 존재하고도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정부 관료들은 이렇게 큰 뉴스거리를 선보일 때마다 사전에 자료를 보내주고 백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비공개 설명을 해줍니다. 기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줘서 보다 정확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입니다.
어제 백브리핑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출입기자로 등록을 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정책 브리핑 플랫폼으로 정부의 모든 부처의 브리핑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백브리핑에서 브리퍼가 ‘소비자신용법안의 의미와 취지와 관련해서 아주 좋은 말씀이 있어서’라며 소개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브리핑이 이뤄지기 전에 열렸던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회의에서 어느 참석자가 한 말이라고 했습니다. 요약을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소비자신용법안이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버린 채권 그리고 추심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연체채무자도 여전히 그 금융회사의 고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소비자신용법안은 금융회사들이 연체채무자에 대해서도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책무를 부과하게 되는 법안이다. 금융회사들이 연체채무자를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금융업권의 추심 혹은 연체채무자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빚을 제대로 갚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람도 금융회사의 고객이니 최선을 다해서 모셔보자는 뜻일 겁니다. 고객은 잘 모셔야 하니까 대출상환이 어려우면 빚을 깎아주고 빚독촉을 하더라도 지금보다 점잖게 해보자는 의미로 들었습니다. 브리퍼가 전한 말은 좋은 취지를 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말씀’을 전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떻게 정부가 민간회사인 금융회사에게 누구를 고객으로 하라마라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정부와 공무원은 모든 국민이 고객이지만 민간은 다르지 않습니까. 민간에서는 스스로가 고객을 고릅니다. 민간에서는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고객과 시장만을 공략합니다. 그럴 자유가 있지요.
소비자신용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금융회사는 자기 방식대로 돈이 되는 시장을 찾아갈 겁니다. 이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막았다가는 주주들이, 예금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은행 등 금융회사는 정부가 인허가를 해주는 라이센싱 사업자라는 특징 때문에 공익적 성격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은 기업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지요.
별 것도 아닌 일로 흠집을 낸다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출처를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정부가 소비자신용법을 마련하면서 작성한 자료에 담긴 구절이 떠올라서 그랬습니다. 그 자료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3) 고객으로서의 채무자 신뢰 보호: 연체채무자도 금융기관의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추심을 외부화(취심위탁·채권양도)하는 경우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
앞서 전해드렸던 이야기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시지 않나요. 브리핑에서 들었던 이야기의 주체가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회의 어느 참석자라고 했는데 저는 금융산업 종사자보다는 정부 관료 쪽 사람이 한 말이라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밤을 새서 만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 수혜가 국민들에게 고루 돌아도록 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관료들의 굴뚝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안 될 일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금융회사들은 벌써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야단들입니다. 정부는 이달에 입법예고를 하고 연내에 공청회 등을 열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고루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길 바랍니다. 힘든 사람 돕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 담당 공무원들 고생 많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길 바랍니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정부 관료들은 이렇게 큰 뉴스거리를 선보일 때마다 사전에 자료를 보내주고 백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비공개 설명을 해줍니다. 기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줘서 보다 정확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입니다.
어제 백브리핑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출입기자로 등록을 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정책 브리핑 플랫폼으로 정부의 모든 부처의 브리핑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백브리핑에서 브리퍼가 ‘소비자신용법안의 의미와 취지와 관련해서 아주 좋은 말씀이 있어서’라며 소개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브리핑이 이뤄지기 전에 열렸던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회의에서 어느 참석자가 한 말이라고 했습니다. 요약을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소비자신용법안이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버린 채권 그리고 추심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연체채무자도 여전히 그 금융회사의 고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소비자신용법안은 금융회사들이 연체채무자에 대해서도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책무를 부과하게 되는 법안이다. 금융회사들이 연체채무자를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금융업권의 추심 혹은 연체채무자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빚을 제대로 갚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람도 금융회사의 고객이니 최선을 다해서 모셔보자는 뜻일 겁니다. 고객은 잘 모셔야 하니까 대출상환이 어려우면 빚을 깎아주고 빚독촉을 하더라도 지금보다 점잖게 해보자는 의미로 들었습니다. 브리퍼가 전한 말은 좋은 취지를 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말씀’을 전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떻게 정부가 민간회사인 금융회사에게 누구를 고객으로 하라마라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정부와 공무원은 모든 국민이 고객이지만 민간은 다르지 않습니까. 민간에서는 스스로가 고객을 고릅니다. 민간에서는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고객과 시장만을 공략합니다. 그럴 자유가 있지요.
소비자신용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금융회사는 자기 방식대로 돈이 되는 시장을 찾아갈 겁니다. 이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막았다가는 주주들이, 예금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은행 등 금융회사는 정부가 인허가를 해주는 라이센싱 사업자라는 특징 때문에 공익적 성격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은 기업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지요.
별 것도 아닌 일로 흠집을 낸다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출처를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정부가 소비자신용법을 마련하면서 작성한 자료에 담긴 구절이 떠올라서 그랬습니다. 그 자료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3) 고객으로서의 채무자 신뢰 보호: 연체채무자도 금융기관의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추심을 외부화(취심위탁·채권양도)하는 경우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
앞서 전해드렸던 이야기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시지 않나요. 브리핑에서 들었던 이야기의 주체가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회의 어느 참석자라고 했는데 저는 금융산업 종사자보다는 정부 관료 쪽 사람이 한 말이라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밤을 새서 만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 수혜가 국민들에게 고루 돌아도록 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관료들의 굴뚝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안 될 일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금융회사들은 벌써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야단들입니다. 정부는 이달에 입법예고를 하고 연내에 공청회 등을 열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고루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길 바랍니다. 힘든 사람 돕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 담당 공무원들 고생 많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길 바랍니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